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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자 선정

운영자 | 22.08.09 | 조회 6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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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총 13명)

고등부

금상 : 고은결(경기 안양예고 3)

은상 : 김서현(서울 당곡고 1), 김연서(충북 청주대성고 3), 김정운(경기 고양예고 3)

동상 : 김단야(경기 고양예고 2), 김민솔(경기 고양예고 2), 김시원(경기 고양예고 2)

김평강(경기 안양예고 3), 주소이(경기 초월고 3), 김정하(경기 덕소고 3)

■ 중등부

금상 : 윤채영(경기 동패중 3)

은상 : 양지민(인천 인천여중 1)

동상 : 송은채(경기 동암중 1)

<소설 부문(총 12명)>

고등부

금상 : 이서희(비재학생)

은상 : 이예린(세종 세종예고 3), 마린(인천 인천원당고 2), 홍수인(경기 안양예고 2)

동상 : 김민승(광주 첨단고 3), 이수민(경기 고양예고3), 이하솜(인천 인천영종고 3), 정윤희(서울 예일디자인고 3), 태수인(경기 안양예고 3)

중등부

금상 : 구혜인(인천 인천해송중 1)

은상 : 김윤서(경기 용인한빛중학교 3)

동상 : 손은혜(충북 의림여중 2)

심사위원

- 시 부문 : 이병일(시인), 이영주(시인), 장철문(시인, 순천대 문창과 교수)

- 소설 부문 : 김성중(소설가), 이승우(소설가, 조선대 문창과 교수), 정용준(소설가,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표명희(소설가)

■ 시 부문 심사평

2022년 대산청소년문학상이 올해로 30회를 맞았습니다. 청소년문학상 중에서 가장 전통과 역사가 깊은 상입니다. 잘 알다시피 대산청소년문학상은 예심을 통과한 학생들이 모여 백일장을 치릅니다. 응모작품과 백일장 작품을 종합하여 수상작을 결정합니다. 문예캠프는 백일장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줌으로 학생들과 소통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과 질문이 오가는 문학 축제였습니다.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요?” “시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에서 왜 이미지가 중요한가요?” 등등 다채로운 질문들이 이어진 덕에 심사위원들은 시적 고투와 독창적인 사유에 대해 오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등부 24명, 중등부 8명의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제는 “<엎드리다, 스미다, 차오르다, 가늠하다> 중에서 2개의 동사를 사용하여 시를 창작하시오. 제목도 자유롭게 정하시오.”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동사를 사용하여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상상력과 말을 구부릴 줄 아는 언어감각을 심사의 척도로 세워놓고, 백일장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응모작과 백일장에서 대등한 시적 완성도를 보여준 학생들을 수상권에 모아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특히 중・고등부 금상 수상작들은 때 묻지 않은 시선, 자연스러운 시적 전개와 탁월한 언어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은 큰 이견 없이 수상작에 동의하였습니다. 먼저 중등부 금상 수상작 「남의 심장에서 스미는 것」은 ‘엎드리다’라는 동사를 시의 리듬으로 가져와서 자신만의 시적 사유를 담아내려는 개성과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눅눅해진 종이 뭉치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내는 그 심장”이란 구절이 빛났습니다. 축하합니다.

 

고등부 금상 수상작 「지구돌이지역대의 마지막 캠프」는 삶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바라보는 시적 태도가 좋았고 개인적 운명과 대면하는 시적 해석이 세밀하게 표현된 점도 좋았습니다. “꽃이 피고 흙이 부스러지고 지붕 아래 자는 사람”이 “지구를 표류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 그 과정을 묘파한 시였습니다. 일상적인 시적 오브제를 비범하게 직조하고 형상화하는 솜씨가 신뢰를 갖게 했습니다. 이 학생의 응모작 “연못에 둘러앉은 누군가 말한다 이정도 깊이면 빠져도 죽지 않을 거 같아 누군가 답한다 왜 못 죽어, 빠질 수 있는 건, 다 죽어”(「웃음은 내가 깨트린 화병」)란 구절도 빼어난 통찰력 없이는 쓸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중・고등부의 은상과 동상을 수상한 작품들도 상상력과 언어 감각을 다루는 태도가 좋았습니다. 시적 공간에서 뛰어 놀 줄 아는 화자를 활용한 점도 신선했습니다. 힘찬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줌으로 진행된 대산청소년문학캠프는 문학을 사랑하고 시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축제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수업(합평) 시간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학생들의 눈빛이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우리 시의 가능성이자 시의 미래를 밝혀줄 학생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삶에서 어떻게 감동할 것인가를 오래 생각해봤습니다. 작고 하찮은 것에 감동을 잘하는 사람이 쓴 시는 그걸 읽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변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사물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여 세상 밖으로 호출하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심사위원 : 이병일, 이영주, 장철문

■ 소설 부문 심사평

2022년 대산청소년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작은 491편(중등부96 고등부395)이었다. 예심을 통과한 학생들이 백일장에 참여했다. 시제는 <파티에서 생긴 일> 이었고 ‘내가 호스트가 되어 파티를 주최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을 상상하시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수많은 파티가 열렸고 파티에는 온갖 종류의 인물들이 각기 다른 사연으로 참석했다. 파티장을 독특하게 수놓는 미쟝센과 미술, 흐르는 음악은 제각각이었다. 또한 파티의 목적과 미쟝센도 글마다 달랐다. 짧은 글 속에서 여러 파티를 만나게 되어 즐거웠고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의 시선과 생각을 엿볼수 있어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예심에서 읽은 작품과 백일장에 제출한 작품 사이의 간극이었다. 편차가 느껴진 것도 있고 문체와 스타일이 전혀 달라 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문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묘사하는 정보적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시선과 인식, 감정과 감각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때문에 글에는 문장을 쓰고 있는 작가의 호흡과 목소리, 지문이 묻기 마련이다. 독자들은 그것을 통해 작가만의 고유한 문체와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문장과 문체는 그 자체로 작가의 얼굴일지 모른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얼굴이 무엇인지를 알고 잘 가꾸어 나가면 좋겠다. 글의 소재와 주제에 따라 표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얼굴은 달라질 수 없는 법이고 달라져서도 안 된다.

 

글은 주제와 소재,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새로운 시각과 시선일 것이다. 많은 글 속에서 요즘의 경향과 주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서로 경쟁하듯 돋보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의 내용이나 마음이나 감정 같은 사적인 감각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물론 백일장이 경쟁이라는 형식을 통해 더 나은 글을 겨루는 자리이기에 글쓴이가 자신의 글을 다른 글보다 돋보이게 써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글은 오직 작가만의 것이다. 창의성 역시 남과의 경쟁을 통해 증명 받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써왔던 글의 여정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배우고 알아갈 수밖에 없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학생들은 다른 무엇보다 ‘나만의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중등부 금상은 <검은 모자 씨>를 쓴 구혜인 학생이 수상했다. 짧은 분량 속에 선명한 결이 느껴지는 인물을 만들었고 캐릭터에 어울리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간결한 진술 속에서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가 적절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글 마지막에 이르러 인물들의 특성을 모두 활용하는 대사와 디테일한 묘사는 매우 훌륭했다. 중학생이 이정도 쓸 수 있구나, 감탄했고 내일과 미래에 쓰는 글에 더 많은 기대를 하게 했다.

 

고등부 금상은 <드레스 코드는 검정>를 쓴 이서희 학생이 수상했다. 파티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식상하지 않은 내용을 극적으로 써내려간 수작이었다. 파티의 목적과 그 목적에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좋았고 대사와 장면은 생생하고 사실적이었다. 학생들의 글들은 모두 달랐지만 어째서인지 상상력과 분위기는 비슷한 특정한 경향성이 보였는데 이서희 학생의 글은 그 영향력의 바깥에서 써진 글처럼 보였다. 개성 속에 작가만의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고 냉정하고 건조한 문장 속엔 정확함이 스며있었다.

 

수상한 모든 분들께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학창 시절에 쓴 글은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그 자체로 작가에게는 소중한 원석이다. 소중한 경험과 솔직한 감정과 감각을 문장을 통해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는 것을 쓰는 것도 있지만 글쓰기 자체를 통해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지만 동시에 글이 작가를 쓰는 것이기도 하니까. 글을 써나가면서 점점 작가가 되어가고 스스로를 발견해나가는 시절을 살았으면 좋겠다. 작가는 다른 무엇보다 쓰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것을 언어를 통해 쓰고 표현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1차적으로 기쁨을 느끼는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열심히 쓰고 읽으면 언젠가는 서로 만나게 되는 문학의 세계. 언젠가 만나게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각자의 시간과 리듬에 따라 읽고 쓰는 삶을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다.

심사위원 : 김성중, 이승우, 정용준, 표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