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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운영자 | 22.08.01 | 조회 8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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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및 작품

부문

성명

작품명

강우근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외 49편

김은지

「여름 외투」 외 49편

신진용

「심해의 사랑」 외 49편

소설

박이강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외 7편

정선임

「요카타」 외 7편

희곡

기하라

「황금망치」 외 1편

평론

성현아

「이차원의 사랑법」 외 26편

아동문학

김성진

동시 「민들레 씨의 첫 비행보고」 외 49편

성욱현

동화 「우리 교실 뒤편에는 이불이 깔려 있어」 외 12편

 

■ 심사평

 

<시 부문>

 

177명의 시인들의 작품 속에는 무섭도록 다변하는 이 세계를 응시하는 저마다의 비결이 담겨 있었다. 촘촘하고도 다부지게 감각하고,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시선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어나갔다. 2차 심사에서 9명의 시인들의 작품을 윤독한 후, 3명의 지원대상자를 큰 이견 없이 결정하게 되었다. 총 177명의 9천 편 가까운 시편들에 대하여 심사위원들은 우선 간략한 소회를 나누었다. 정치적 실천에 대한 직접적인 목소리가 퇴조하고 있다는 점, 이미지나 운율로 시를 운영하려는 경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 개인적 서사를 이미지와 결합하며 사변적이거나 직관적인 진술들로 시를 밀고 나가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파악된다는 점, 그리고 주류적인 시의 태도가 어떠하다고 요약하기 불가능할 정도의 개성이 쉼없이 발명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여름 외투」 외 49편’은 우리 주변에 가까이 매복해 있는 아이러니를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공처럼 굴리며 나아간다. 나아가는 힘이 좋은 시편들이었다. 처음의 자리로부터 그리 멀리 나아간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낯설고도 정교한 도약과 반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진풍경,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전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호기심과 감각이, 두 눈이 아니라 두 발의 흥겨운 스텝 속에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그 발걸음 속에 깃든 명랑함이 콧노래처럼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외 49편’은 ‘자연’이라고 칭할 만한 것들이 지닌 힘을 집요하게 천착했다. 암시와 교훈을 적정선에서 드러내고 또한 감추는 솜씨가 정성스럽게 시의 긴장을 높였다. 아주 작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웅장한 이야기가 되어가는 풍경이 자주 등장했다. 인간을 둘러싼 수수께끼보다 자연적인 것 속에 숨은 비의를 펼쳐보이려, 끝까지 고루 촘촘한 힘을 발휘하여 감동에 이르게 했다.

 

‘「심해의 사랑」 외 49편’은 개인의 서사를 다루는 최근의 경향을 가장 멋지게 대변하는 시편들이 아닐까 싶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방식 속에 개인의 서사가 맞물려 있는데, 자신이 창조해낸 우주 속에서 시가 “우리만의 우주”를 발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점을 멋지게 증명해낸다. 이 세계에 대한 불신을 믿음직스럽게 구축하기 위한 그만의 사변과 직관들에 설득되었다.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된 위 세 시인의 세계는 비슷한 지점이라고는 전무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그 다름의 남다름에 특히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 시의 다채롭고 풍요로운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믿음이 갔다. 시의 지형을 이만큼이나 넓히고 있다는 것, 덕분에 시의 지형이 이만큼이나 단단하게 넓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를 표한다. 더 바깥으로, 더 멀리로 그 힘이 뻗어나가는 데에 자그마한 격려가 되시길 바란다. 축하를 드린다.

 

심사위원 : 김소연, 남진우, 박형준

 

<소설 부문>

 

지난 2년간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던 대산창작기금 심사회는 2022년에 이르러 3년 만에 3인의 심사위원이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토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소설 부문에 응모한 총 76편의 작품을 무작위로 나누어 읽은 후 각자 3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 9편의 작품 중 최종 2편을 대산창작기금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장편소설 응모작품 중 「세계의 끝」 「리모델링」 「급류」가 본심 후보작품으로 논의되었다. 「세계의 끝」은 SF 장르소설로서는 보기 드문 안정된 세계관이, 「리모델링」은 백화점 지하식품부라는 익숙한 세계의 이면을 뒤집는 흥미로운 시점이, 「급류」는 가족의 비극을 디디고 응급구조사로 성장해가는 청년들의 성장서사가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긴 글을 지탱하는 힘있는 서사와 함께 문학성을 추구해야 하는 장편소설의 2대 난제를 훌쩍 뛰어넘지는 못했다는 데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여 이번에는 장편소설이 지원대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단편소설 응모작품 중 ‘「요카타」 외 7편’,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외 7편’, ‘「숙취」 외 7편’, ‘「남아있는 마음」 외 5편’, ‘「노동자의 만찬」 외 5편’, ‘「비니」 외 8편’이 본심에 올라 논의되었다.

 

‘「남아있는 마음」 외 5편’은 수록작이 모두 고르게 안정되고 밀도 있는 문장력과 심리묘사를 보여주며 ‘보다 차분해진 2세대 퀴어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그 이상의 나아감을 포착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노동자의 만찬」 외 5편’은 과감한 설정으로 한 사회가 받아들이고 있는 성역에 균열이 갈 때의 파열음을 포착한 점이 흥미로웠으나 파격적인 질문에 비해 전개 방식은 지나치게 무난한 점이 단점으로 꼽혔다. ‘「숙취」 외 7편’은 현대인의 외로움과 의존성, 서로 주고받는 상처 등을 현미경적으로 촘촘히 조망한 방식이 매력적이었으나 지나치게 사적 영역에 머무는 한계를 노출했고 ‘「비니」 외 8편’은 갈등구조와 전개 방식이 지나치게 전형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일하는 현대인과 오피스 현장의 치열함을 보여주면서도 격렬함에 매몰되지 않고 거리감을 두어 긴장감과 균형감을 유지한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외 7편’은 신선하고 세련된 이야기 전개로 심사위원 3인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인생 그 자체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100세 할머니의 삶을 조망한 ‘「요카타」 외 7편’ 또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자체가 느슨하면서도 지속적인 연대의 표시임을 잘 드러내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 두 작품을 흔쾌한 마음으로 2022년 대산창작기금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창작기금을 수상한 두 작가에게 축하를 드린다.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다른 작가들에게도 글 쓰는 세계에서 오래 버티며 가치 있는 작품들을 생산해 내시라는 간절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심사위원 : 백민석, 심윤경, 정지아

 

<희곡 부문>

 

예전부터 희곡의 목소리는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크지 않았습니다. 메아리도 멀리 울려 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희곡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굴절되고 왜곡된 우리네 세상사와 인간을 등지지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건강한 세상을 기원하는 열망과, 힘없는 인간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간직한 작가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형상을 끊임없이 그려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겁하고 모순된 우리의 모습과, 화려하고 빠르고 세련된 우리 시대의 그늘진 뒤안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세상과 연극(희곡)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같이 함께 바라보며, 그 관계는 평탄하지 않고, 그 길은 험난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한 시대의 풍경일 것입니다. 동시대가 풀어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기약 없는 나그네 길을 떠나는 작가의 숙명에 한탄과 경의를 보냅니다.

 

1차 예심에 스무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검토하였습니다.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중 예심을 통과한 네 명의 작품 「얼굴도둑」 「그림자의 시간」 「향수」 「황금망치」를 본심에 올려서 집중 토의를 하였습니다.

「얼굴도둑」은 모녀관계의 상처를 절망적으로 드러낸 소재는 흥미로우나 인물의 구성과 흐름이 작위성이 강해서 작품에 대한 관심이 유지, 발전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림자의 시간」은 작가의 소재 개발 노력과 작업의 진정성 등 작품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작품이나, 신진 발굴과 양성이라는 선정의 기준에 부합되지 못한 기성의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앞으로 더 넓은 영역에서 더 큰 활동을 기대합니다.

 

「향수」는 엄마를 살해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안을 드러내었으나, 이슈를 다룸에 있어 사건 너머 현 사회와 인간관계를 깊은 시선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작가의 치열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소박한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매력적인 희곡으로 변신할 작품입니다.

 

「황금망치」는 많은 질문이 담긴 희곡입니다. 누가 누구를 구원해 줄 것인가? 작가는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우리에게도 똑같이 묻습니다. 지금이 과연 구원이 가능한 시대일까요?

풍자와 우화의 방식으로 펼쳐낸 이 희곡은 희생양으로 추방된 한 소녀가, 고난의 과정을 거쳐 자신을 구속한 세계를 떨쳐 버리고 세 세상에 다다르나 아직도 망망대해를 떠다닌다는 풍자와 우화의 이야기입니다. 카프카와 이강백이 동시에 비춰지는 절묘한 희곡입니다. 그러나 관객과 만나는 무대화의 숙제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황금망치」는 대사가 풍자적이고 기괴하고 신선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천박한 동시대의 지금을 은연중에 암시합니다. 희곡 전체에 배치된 알레고리를 통해 희곡이 보이고자 하는 추상적 세계를 지금이라는 현실로 뿌리내리게 합니다. 작은 구멍으로 우주를 관찰하듯 절제된 대사로 희곡의 세계를 잘 펼쳐 보여주면서, 녹슬어 버린 기성세대의 추한 모습과, 해답 없는 이 시대의 미래를 당돌하고 천연스럽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희곡 ‘「황금망치」 외 1편’을 2022년 대산창작기금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심사위원 : 김정숙, 박근형

 

<평론 부문>

 

2022년도 대산창작기금 평론 부문 응모작은 총 12권의 평론집 원고였다. 응모작들은 각기 다른 문체와 개성을 가졌지만, 오늘의 한국 문학 현장의 주요 쟁점들-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겪은 용산과 세월호 참사, 페미니즘(리부트), 퀴어 담론 등에 주목하고, 최근 이슈가 되는 담론들을 새로운 비평의 틀로 전유하려는 양상 등에서는 유사한 비평적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의 윤리와 문학 장의 대안적 구조에 대한 모색, 그리고 기존의 문학적 재현과 서사에 대한 도전적 질문과 적극적 방향 탐색 등은 신진 비평가들의 문학 비평에 대한 분명한 애정과 자의식을 느끼게 했다.

 

한국문학의 오늘에 주목하면서 자신만의 무게와 목소리를 지닌 응모작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본격적인 문학평론으로서의 덕목과 가치를 염두에 두면서 수상작을 선정하고자 했다. 즉 비평적 관점과 문제의식의 측면에서는 오늘 여기의 한국문학을 문제 삼고 있는가와 비평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철학이론이나 문학이론, 담론 등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살폈고, 작품-텍스트에 대한 비평가의 엄밀한 독서와 풍부한 해석, 비평가 자신의 문체적 개성을 통한 가독성 있는 문장, 비평가의 새로운 문제의식, 즉 새로운 의제 설정 등을 기대하면서 응모작을 심사했고 이 결과 최종심에 3권의 응모작이 올랐다.

 

최종심에서 심사위원들은 1,2차 심사에서의 기준을 보다 엄정하게 적용하여 응모작을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우선 「안전한 문학비평장과 비평의 불안-2020년대 한국문학의 장소 없는 이름들(20편)」은 한국 문학비평의 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도전적 정신과 뚜렷한 비평적 자의식을 장점으로 가진 응모작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비평이 근거하고 있는 담론이나 이론에 대한 요약과 인용, 각주 형식의 글쓰기가 비평가만의 개성적 시각과 문체를 판단하는 데 유보적이게 만들고, 가독성 있는 읽기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후반부의 비평문들은 앞의 작품들과 톤과 무게가 다른 작품들이므로 전체 비평집의 구도 속에서 위상과 의미 설정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 「기록자들(39편)」 역시 최근 한국사회와 문학 현장의 쟁점들에 대한 비평가의 분명한 문제의식과 대안의 방향 등이 모색된 비평집으로 제목과 주제의식 등의 시의성과 기획력이 돋보이는 응모작이었다. 묵직한 원고 무게 속에서 오랜 시간 진행된 비평가의 고민과 성찰도 느낄 수 있었던, 장점이 많은 비평집이었다. 다만 주제가 다른 비평문의 경우, 비평집 전체 주제의 구속력과 구성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 유사한 주제로 묶인 평론들에서 동일한 작품들이 반복 인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비평가의 해석과 판단에 작품의 풍부한 분석이 좀 더 기술되었으면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마지막 「이차원의 사랑법(27편)」은 심사위원들이 설정했던 심사 기준에 보다 근접한 응모작으로 특히 문학담론이나 이론을 비평가 자신의 것으로 가져와 언어화하는 능력과 활발하고 논리적인 문장력이 돋보이는 비평문이었다. 최근 한국 문학의 흐름과 이슈에 대해 문제를 구성하는 비평가의 시각, 그리고 적지 않은 비평문이었지만 고르게 비평의 수준이 일관되었고 시와 소설 비평을 아우르면서 정밀하고 풍부하게 텍스트를 읽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차원의 사랑법(27편)」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기쁘게 합의했다.

 

이번 심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문학비평의 흐름과 쟁점들에 대한 신진평론가들의 도전적이고도 진지한 문제의식을 읽으면서 한국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 인사를, 그리고 응모했던 모든 지원자들에게는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드린다.

 

심사위원 : 김진희, 방민호

 

<아동문학 부문>

 

올해 대산창작기금 아동문학부문에는 동시집과 단편동화집, 장편동화, 청소년소설이 고르게 투고되었다. 역사물, 추리물, 판타지, SF 등 다양했는데 완성도나 독창성 등에서 작품별로 차이가 큰 편이었다. 1차와 2차 심사를 거쳐서 3차 심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9건으로 단편동화집과 장편동화와 청소년소설이 5건, 동시집이 4건이었다. 「봉봉 로열패밀리」, ‘「불편한 운동장」 외 6편’, ‘「이제부터 내 이름은」 외 5편’, 「블랙박스」, ‘「우리 교실 뒤편에는 이불이 깔려 있어」 외 12편’, 동시집 ‘「소똥구리 부활 프로젝트」 외 50편’, ‘「버찌란 이름」 외 49편’, ‘「도시에서 사슴이 태어난다면」 외 49편’, ‘「민들레 씨의 첫 비행 보고」 외 49편’을 최종 심사에서 논의하였다. 심사위원 김지은은 아동문학(소설) 분야의 경우 사전에 다른 심사를 통해 이미 접한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 제척사유가 적용되어 심사를 회피하였다.

 

아동문학(소설) 부문에서 경쾌한 리듬의 판타지를 선보였던 「봉봉 로열패밀리」는 작가의 개성이 읽혀 가능성이 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직 불안정한 대목이 많다. 서사의 중심을 세워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불편한 운동장」 외 6편도 시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지만 완성도가 아쉬웠고 ‘「이제부터 내 이름은」 외 5편’은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는 서사에 비해 인물이 평이했다. 청소년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블랙박스」는 탄탄한 서사 구조를 갖춘 작품이었다. 친구의 교통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주인공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학교 폭력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책과 책방이라는 공간이 완충지대가 되어 주인공의 회복을 지지하고 다독여주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하지만 중요한 지점에서 대화로 사건을 이끌고 가는 부분이 너무 많고 중반부 이후에는 전개가 느슨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압축적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면 좋겠다.

 

‘「우리 교실 뒤편에는 이불이 깔려 있어」 외 12편’에는 산뜻한 구성의 서늘하면서도 매력적인 학교 판타지 단편들이 포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머무르는 교실은 언제나 상상의 공간을 향해 개방되어 있으며 어린이는 커튼 뒤의 낙서와 같은 은밀한 탈주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다루는 입체적 시선이 돋보였다. 단편집으로 엮을 경우 상당한 무게를 갖는 책이 될 것이라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아동문학(시) 부분에서 ‘「소똥구리 부활 프로젝트」 외 50편’과 ‘「버찌란 이름」 외 49편’은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자연스럽게 잘 쓰인 시가 눈에 띄었으나 너무 안정적이었고 작품의 힘이 약했다. ‘「도시에서 사슴이 태어난다면」 외 49편’은 상상력의 반경이 넓고 시인이 제안하는 작품 속 이미지들이 신선했다. 다만 이 시집도 어느 작품은 평이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민들레 씨의 첫 비행 보고」 외 49편’은 시 안에서 어린이가 보였다. 어린이의 패기가 돋보였고 어색하지 않은 유머가 시집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사유가 가볍지 않아서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는다.

 

심사위원들은 긴 논의 끝에 단편동화집 ‘「우리 교실 뒤편에는 이불이 깔려 있어」 외 12편’과 동시집 ‘「민들레 씨의 첫 비행 보고」 외 49편’을 창작기금을 받을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블랙박스」와 ‘「도시에서 사슴이 태어난다면」 외 49편’은 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선정작과 후보작 모두 작가와 시인의 역량에 믿음이 가고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투고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아깝게 선정되지 못했지만 정진해주신 여러분의 노력에 경의와 함께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 김지은, 남호섭,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