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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대상자 선정

운영자 | 23.08.16 | 조회 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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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은 2023년도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 대상작 18건을 선정하였습니다. 어권별 지원작과 심사 의견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원대상 및 작품

부문

어권

지원대상자

장르

번역작품

번역

영어

(4)

지영실 · 다니엘 토드 파커

가능주의자(나희덕 )

김지선 · 이영일

희곡

고연옥 희곡집

김소라 · 하인즈 인수 펜클

소설

사육장 쪽으로(편혜영 )

정하연

소설

아홉번째 파도(최은미 )

불어

(3)

최미경 · 장 노엘 주테

소설

듣기 시간(김숨 )

김현자

가능주의자(나희덕 )

고희정 · 고티에 클로에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

독일어

(3)

이기향 · 카롤린 리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

타미나 하우저

소설

미래산책연습(박솔뫼 )

박술 · 울리아나 볼프

죽음의 자서전(김혜순 )

스페

인어

(3)

윤선미

소설

희랍어 시간(한강 )

이레네 안디비아 레예스

소설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고요한 )

한서아 · 아나 곤잘레스 요렌테

소설

디어 랄프 로렌(손보미 )

일본어

(1)

오영아

소설

내가 싸우듯이(정지돈 )

중국어

(2)

이설매

소설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 )

한경아 · 홍미미

소설

품위 있는 삶(정소현 )

러시아어

(1)

예브게니아 담바예바

소설

밝은 밤(최은영 )

몽골어

(1)

에르덴수렝

소설

밝은 밤(최은영 )


[
국문학]

금년의 심사 대상 지원서는 영어권 25, 불어권 4, 독어권 5, 스페인어권 7, 일어권 5, 중국어권 12, 러시아권을 비롯한 기타어권 13건 등으로 총 71건이었다. 심사 규정에 따르면 국문학부문 심사자는 번역 대상 한국어 원작의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지원서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나는 다음 두 원칙에 따라 심사에 임했다. 첫째, 재단 측과 협의하여 정한 대로 추천순위로 나누어 평가한다. 둘째, 가급적 한국문학계 일반적인 평가에 따른다. 다만, 한국어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와 번역된 작품으로서의, 이른바 도착 언어내에서의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어권별 심사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작품 평가는 자제하기로 했다. 그 결과, ‘국문학부문 평가 때문에 언어권별 심사 대상이 되지 못한 지원서는 4건에 불과하다.

 

71개의 지원서를 살펴본 결과, 번역출판 대상으로 선택된 한국문학작품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대산문학상 수상작 번역에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영어권은 물론 그 밖의 언어권에서도 보였고, 작품의 질보다 저자의 명망이 번역 대상 결정의 주요 요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금하기 어려웠다. 한국문학에 조예 깊은 번역자가 보다 많이 출현하기 바란다는 소회를 덧붙이며 심사평을 마친다.

 

황종연(동국대 교수)

 

[영어]

2023년도 번역지원 응모작은 원작에 대한 이해와 번역의 충실성, 가독성은 물론이고, 출판 계획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24건의 번역 응모작 중, 4건의 지원작을 선정하였다.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가능주의자에 관해서는 무려 7건의 응모작이 있었고, 번역의 난이도가 높은 시편들을 일부 누락한 응모작을 제외한 4~5건의 번역 원고는 그 수준이 매우 높아서 그중 어느 것을 선정해도 좋을 정도라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는 무엇보다 영어권 독자들에게 가독성이 높고 시의 스타일을 잘 살렸다고 평가된 원고를 지원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희곡 고연옥 희곡집은 무엇보다도 영어권에서 거의 번역되지 않은 희곡 장르라는 점에서, 그리고 작품 공연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주목받는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희곡은 연극 공연과 연결된 분야라서, 외국에서 한국의 연극이 한류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희곡의 번역과 출판이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의 선정이 그간 드물었던 희곡 분야의 번역 출판에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육장 쪽으로는 이미 영어권에서 지명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며, 번역의 충실도 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고, 출판 계획도 잘 마련되어 있어 지원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아홉번째 파도역시 국내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번역의 충실도나 영문 텍스트의 가독성 면에서 지원대상작으로 선정되는 데에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의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번역 충실도와 유려한 영어 문장을 보여주어, 지원 작품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심사는 3단계로 이루어졌는데, 일단 국문학 분과에서 선별한 내용에 따라 작품이 번역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별했고, 다음으로 한국어 텍스트에 대한 이해도와 번역의 충실성을 평가했다. 최종적으로는 번역된 텍스트가 영어권 독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 것인가에 유의하여 지원 작품을 선정하였다. 결국에는 번역된 작품이 영어권의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어야 번역지원의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해당 원고의 출간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는가도 최종 평가의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다만, 이 마지막 기준에 대해서는, 문학 번역을 처음 시작하는 신진 인력의 경우 영어권의 출판사와 접촉하여 출판을 성사시키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재단이나 한국문학번역원 등에서 출판과정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음을 밝힌다.

 

성은애(단국대 교수) · 크리스 리(연세대 교수)

 

[불어]

2023년도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사업에 프랑스어권에서는 시와 소설이 각 2건씩, 4건이 응모되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4편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훌륭한 번역들이었다. 심사자들은 지원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번역의 충실성과 완성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였고, 번역 후 출판 가능성, 지원자의 기존 실적, 번역 계획의 완성도도 심사에 고려하였다.

이러한 심사 기준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은 세 개의 작품, 듣기 시간(김숨 ), 가능주의자(나희덕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박완서 )를 번역지원 작품으로 최종 선정하였다.

 

듣기 시간의 번역은 매우 높은 수준의 번역으로 원작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번역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한국문학에서 이 작품이 우선적으로 번역되어야 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건의 증언을 다루는 작품들을 프랑스 독자들이 선호한다는 사실도 고려하였다. 또한 신청자들이 이미 많은 작품들을 번역, 출판하였고 번역상도 수상하였으며, 출판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어 이 번역을 지원작품으로 선정하였다.

 

30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수상 작품인 가능주의자에 대해 두 개의 번역이 응모되었는데, 그중 하나의 번역이 우수한 번역으로 평가되었다. 번역된 어휘가 매우 정교하고 힘이 있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번역되어 프랑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번역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신청자가 많은 한국 시들을 번역하여 다수의 프랑스어권 문예지에 소개한 경력이 있고 이미 나희덕 시인의 시들을 번역하여 출판한 경험도 있으며 출판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였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번역은 적합한 어휘 사용과 원작 문장들의 리듬감을 아주 잘 살린 번역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였다. 신청자들의 번역 이력이 짧아서 기존 실적이 위의 두 번역가들의 실적에 비해 많이 부족하였지만 이 지원작품의 번역이 뛰어나고, 이러한 뛰어난 번역을 할 수 있는 프랑스어권 번역가들을 지원하여 번역가들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지원작품으로 선정하였다.

김경희(한양대 명예교수) · 카린 드비용(서울여대 교수)

 

[독어]

독일어로 번역·연구·출판지원에 응모된 5권의 작품 중 2건은 시집이고, 3건은 소설이었다. 모든 신청자가 기존에 번역을 했던 경험이 있으며 1건을 제외하면 계속 협업을 했던 공역자와 함께 신청한 경우이다.

 

심사는 원문과 번역문을 꼼꼼히 대조해서 다음 사항을 기준으로 채점하였다.

1. 번역원고에 따른 번역자의 사업수행능력

2. 원작의 문학성 및 번역출판 가치

3. 출판가능성(출판예정 출판사의 지명도, 규모)

4. 신청자의 기존 실적

5. 계획의 완성도 및 완결가능성

 

원어민 심사위원과 토론을 통해 1차 심사를 진행했으며, 대산문화재단에서 진행된 최종회의를 거쳐 독일어권 지원에 3건을 확정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원작의 문학성과 번역출판가치, 그리고 번역의 완성도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판이 예정된 Aufbau출판사도 독일에서 가장 명망있는 출판사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기존에 출판한 예도 있기에 가장 높은 점수로 선정하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박솔뫼 작가의 미래산책연습의 경우 작품의 실험성 덕분에 일반 독자층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소설과 산문을 즐겨 읽는 독일 독자들의 성향에 맞으리라 기대한다. 아울러 젊은 독자들의 취향에 부응할 수 있는 번역서가 되리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가독성도 좋고 무난히 읽히지만 간혹 눈에 띄는 긴 문장과 직역된 몇몇 문장들은 한 번 더 윤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은 원작의 문학성이나 출판가치, 그리고 독일 시인이 공역한 번역원고의 완결성에서도 지원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어민 심사자가 두 가지 설득력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첫째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독일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 둘째, 시의 오독과 난해성의 장벽 문제 - 시가 지닌 은유성과 함축성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문화적 이해도가 낮은 독일 독자에게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난해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독일의 대표출판사 섭외가 성공한다면, 독일 심사자가 우려하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마련되리라 본다.

두 심사자의 평가를 합산해 위와 같이 3건을 선정하였다.

 

장은수(한국외대 교수) · 크리스토프 자이페너(고려대 교수)

 

[스페인어]

희랍어 시간(한강 )

희랍어 시간은 언어를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침묵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는 과정을 매우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번역이 그 무언의 함축적인 의미까지 옮겨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 과정을 섬세하게 번역하였다. 희랍어와 영어, 한국어의 언어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까다로운 부분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번역하여 작품의 이해를 해치지 않았다. 한강의 함축적이면서도 깔끔한 문장을 잘 살린 번역이다.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고요한 )

지원자는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의 젊은이들에게 울림을 주는 스타일과 간결하면서도 매끈한 문체를 잘 살려 번역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초상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이 쉽게 접하면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인데, 이 부분을 정확한 스페인어를 사용하여 사족없이 깔끔하게 번역했다.

 

디어 랄프 로렌(손보미 )

흥미로운 소설 구조와 다양한 인물들의 교차는 스페인어권 소설 구조와 비슷한 면이 많아 도착언어의 독자들이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며 쉽게 녹아들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샘플 번역본에서 직역한 부분이 간간이 보이고, 한 번에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은 좀 더 세심한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권미선(경희대 교수) · 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번역가)

 

[일어]

2023년도 한국문학의 일본어 번역 및 연구 지원의 수는 예년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으며, 번역 수준도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내가 싸우듯이일본어 번역의 경우, 원문의 의미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본어로서 가독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점, 번역 출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원작 중 가장 돋보여, 2023년도 일본어 부문 선정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남상욱(인천대 교수)

 

[중어]

중국어권의 지원작품 수는 총 12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타이완과 홍콩의 응모작이 적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한국문학에 관심을 보이는 역자들의 저변이 확대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타이완과 홍콩 역자들의 번역 실력이 대륙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향후 타이완과 홍콩 역자들의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크게 제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두 명 모두 이토록 평범한 미래품위 있는 삶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선정 기준은 번역의 품질이 우선이었고 아울러 출판가능성, 출판의 의의 등을 고려했다. 또한 원작의 문학적 가치와 의의도 고려 대상이었다. 두 작품 모두 독해가 비교적 쉽지 않은 텍스트를 정확히 이해한 세련된 번역으로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절한 의역을 구사함으로써 직역의 어색함을 해소하는 실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김태성(번역가) · 허야원(서강대 교수)

 

[러시아어]

밝은 밤번역은 원문의 의미와 내용을 정확하게 옮겼으며 번역자는 언어능력뿐만 아니라 원문의 배경이 되는 문화적 특징들과 뉘앙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원문 텍스트에서의 묘사와 대화가 잘 번역되었으며, 분위기와 감정적인 측면도 훌륭하게 전달되었다. 몇 개의 문장은 수정이 필요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우수하고 전문적인 번역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리디아 아자리나(국민대 교수)

 

[몽골어]

밝은 밤번역자의 한국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고 번역을 해 본 경험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번역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본격 번역 및 편집 과정에서 원작의 구조, 몽골어에 없는 사물에 대한 일부 한국어 어휘나 표현을 번역하는 대신 각주로 다는 것 등에 대해 유의한다면 훌륭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본 번역을 통해 몽골 독자들이 한국의 훌륭한 현대문학을 감상할 기회를 누리게 되고,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몽골의 대학생,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유원수(전 서울대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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