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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 선정

운영자 | 23.08.01 | 조회 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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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산창작기금 지원대상자

 

 

부문

수혜자

작품명

강상헌

생쥐 이론58

나지환

다정49

원성은

의상실60

소설

이소정

테라스8

이주혜

장편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희곡

김연재

작문연습3

평론

전승민

촉각의 소노그래피23

아동

문학

우영원

동시 아름다운 포옹59

백혜영

장편 꿈을 걷는 소녀

 

 

심사평

 

<시 부문>

 

2023년도 대산창작기금에는 244명의 시인이 응모해주셨다. 3명의 심사위원은 12천여 편의 작품들을 나누어 읽고 1차 선정 작업을 거쳤으며, 이에 선별된 총 9명의 응모작을 재독한 후에 대면회의를 했다. 2차 선정작들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여러 방면으로 고민과 소회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선정작을 결정하는 기준을 정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꼽은 기준은 현실과의 접점이 많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시인의 삶이 보이고, 시인이 바라보는 것이 보이는 시. 자신의 이야기를 열렬히 들려주는 시. 두 번째로는 우리 시단의 유행하는 몇 가지 분위기로부터 거리를 둔 작품을 찾아내자는 것이었다. 완성도도 높고 다른 층위를 세련된 방식으로 넘나들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그 시인만의 고유함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인하여 최종 선정에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이 몇 있었음을 밝혀둔다. 오랜 고민과 토론 끝에 의상실60, 다정49, 생쥐 이론58편의 시를 최종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다정49편의 시는 기존의 문법 어디에도 기대지 않은 듯한 독자성이 있었다. 물들지 않은 고유한 언어감각이 현실을 착목하는 발걸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는 점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른 신뢰를 얻었다. 현실을 다루되 있었던 적 없는 방식으로써 다루려는 패기. 이에 신선한 목소리와 리듬이 실림으로써 독자적인 시세계가 빚어져 있었다.

생쥐 이론58편의 시는 다채로운 실험을 추구하고 있었다. 정황 자체를 한 번 더 비틀어 보는 세밀한 사유가 있고, 이 사유에 깊이를 부여하기보다는 가벼운 터치를 추구하는 관람자의 태도가 있었다. 시인이 구사하고 있는 사유와 태도의 언밸런스함에서 오는 탄성과 생기. 시읽기의 낯선 체험이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의상실60편의 작품에는 타 응모자의 시모음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밀도가 존재했다. 첫 작품부터 끝까지, 고른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열렬함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날렵한 힘이 실린 단문들로 리듬을 운용하고, 이유 있고 정확한 감각들이 전편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감각이 자기 실존에 대한 숙고와 운명이나 죽음 같은 묵직한 주제를 독대하는 데에 균형감 있게 작용하고 있었다.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세계의 비의가 이면의 이면까지 투시되는 진심. 이 진심을 발견할 수 있어 기쁘다.

선정된 세 분 모두에게 깊은 축하를 전한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받고 열렬히 응원받는 경험은 소중한 것이리라. 앞으로 더 눈부신 진화를 거듭하시길 기원한다. 고독한 창작의 길에 자그마한 격려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김소연 이문재 이영광

 

<소설 부문>

 

2023년 대산창작기금 소설 부문에는 총 170편이 접수되었다. 3명의 심사자들은 1차 심사에서 3편씩 추천, 2차 심사에서 총 9편의 작품을 두고 논의해, 최종 2편의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테라스8은 총 9편의 단편소설 모두 나름의 매력이 강한 작품들이었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개인, 사회, 관계와 세계관이 특별하다 보니 남다른 작품 색깔을 지니게 되고, 그건 기존의 다른 소설들과 구분짓는 가장 큰 개성이 되었다. 심사자들은 추후 기대가 되는 작가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은 안정적인 서사 구성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 독특한 작의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힘이 센 소설이었다. 대산창작기금이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발굴해 한국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진문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데에 이만큼 적격인 작품이 없을 거라는 데에 만장일치를 본 유일한 작품이었다.

작년보다 훨씬 많이 응모된 작품을 심사하는 일은 즐거운 고통이었으나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값지고 귀한 작품을 응모해준 모든 응모자들에게 감사와 건필을 기원한다. 더불어 창작기금을 수상한 두 작가에게는 큰 축하와,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보내고 싶다.

누가 가라고 떠밀지 않은 길을 굳이 가겠다고 나선 길일 터이니, 부디 스스로에게 지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소설이, 문학이 한 줌의 희망이라는 사실도 애써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이설 김인숙 김종광

 

<희곡 부문>

 

1차 예심에서는 마흔 편이 넘는 작품을 세심하게 심사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쳐 2차에 올라온 세 작품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곡이 가지는 특수성, 즉 희곡의 무대화를 생각했습니다. 작품이 가지는 문학성도 놓치지 않고 면밀히 논의했습니다. 공연을 앞둔 희곡을 심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희곡집 발간을 두고 심사하는 자리였기에 희곡의 문학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원대상작으로 선정된 작문연습의 등장인물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과연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말들을 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한데 맞물려 있지 않고, 각자 먼 곳을 바라보는 느낌까지 듭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훌륭합니다. 대사를 구사할 때도 표면적인 대사가 아니라, 중의적인 대사를 쓰면서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무대화가 되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답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면에서의 작품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무대에서 작품이 펼쳐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은 작문연습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무대를 위한 희곡을 심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 발간을 두고 심사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고생했던 모든 시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선정이길 바랍니다. 본심에 올라 온 작가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위원: 박근형 윤미현

 

<평론 부문>

 

2023년 대산창작기금 평론부문 응모작으로 우리에게 넘겨진 것은 총 16권의 평론집 원고였다. 미등단 신인 포함 등단 10년 이하의 신예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니만큼 이 정도의 기준으로 추리면 되겠다 싶었다. 우선 주어진 텍스트들을 자신만의 시선과 방법으로 치밀하게 분석해 각 텍스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진리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출해내는가를 본다. 그 다음으로 그 분석들을 축적해 자신만의 문학적 지형도를 그려가고 있는지, 더불어 그 지형도 안에 각각의 텍스트를 얼마나 적절하게 위치시키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앞의 작업을 야무지게 감당한 경우 그러한 지형도 안에서 과연 어떤 계보를 오늘날의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는지를 판별한다. 하지만 한 권, 두 권, 응모작을 읽어나가면서 곧 이 기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응모작이 우리가 설정한 기준을 간단하게 넘어서 있었던 까닭이다. 우리의 기준은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더 큰 공부거리를 제공하는, 그러니까 우리에게 더 강렬한 영감을 주는 작품 쪽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이렇게 문학을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응모작들을 읽어나갔다.

이 즐겁고도 힘겨운 공부를 마쳤을 때 우리의 손에 일단 남겨진 것은 4권의 응모작이었다. 최종심은 이미 각자의 완결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 4권의 평론집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었는지를 톺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중 가장 큰 자극을 주었던 한 권을 고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논의 끝에 당선작으로 결정된 촉각의 소노그래피(24)역시 앞서의 응모작들이 지닌 미덕을 같이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촉각의 소노그래피역시 문학을 문학답게 하는, 문학의 잠재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문제적인 작품들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한국문학에 대한 의미 있는 계보학을 구축해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촉각의 소노그래피, 통증과 회복의 인간학, 퀴어 혹은 레즈비언 서사 등의 계보를 오늘날 한국문학의 의미 있는 전미래적 좌표로 제시한다. 여기에 촉각의 소노그래피에는 한 가지 미덕이 더 있었다. 바로 각각의 작품을 맥락화하고 위치시키는 큰 틀. 촉각의 소노그래피는 한 작품에 깃든 그 작품만의 진리의 빛을 찾기 위해 보다 먼 시기의 문학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편 횡적으로도 보다 폭넓은 지역과 영역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외적 성과들까지를 포괄하여 그 작품만의 빛을 입증하고자 한다. 이로 인해 촉각의 소노그래피가 주목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한국문학사 넓게는 세계문학사 속에서 그 작품만의 진리내용을 발명한 바로 그 작품으로 돋움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역사적이고 공시적인 맥락화는 촉각의 소노그래피가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미덕으로 보이며 우리가 촉각의 소노그래피를 당선작으로 고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으로 문학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 큰 영감을 준 당선자와 모든 응모자들에게, 아니 세상에 대한 예리한 감각에 있어서나 문학에 대한 열정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앞선 자리에서 고투하고 있는 문학적 전위들에게 깊은 우정과 존경을 전한다. 힘겨웠지만 즐거운 공부였다.

 

심사위원: 김진희 류보선

 

<아동문학 부문>

 

이번 2023년 대산창작기금 아동문학 부문에는 총 127(동시 84, 동화 43)이 응모되어 엄정한 1차 심사를 통해 모두 8(동시 4, 동화 4)의 작품을 2차 심의에 올렸다. 그중 3차 최종심에서 동시 2편과 동화 2편을 가려낸 뒤, 최종 당선작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동시 부문에서 선정된 아름다운 포옹60편의 작품 전체가 일관되게 경찰관이 되기까지 인내의 과정과 경찰관 생활을 통해 얻은 새로운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한 청소년시집이다. 그 작품들을 읽는 내내 의식적이든 무의적이든 시적 화자와 시인이 동일인으로 믿어질 정도로 자기 정체성이 뚜렷이 엿보였고 생생한 현장성을 느끼게 했다. 한 편 한 편 실제 체험이 없으면 쓸 수 없을 시적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청소년들이 정체성의 위기나 그 획득을 향해 모색하는 시기라고 한다면 화자가 성장해가는 과정과 이웃과의 관계성을 체험적으로 드러낸 이 청소년시가 갖는 시적 의미는 그만큼 크다. 따라서 신예 시인이 청소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아름다운 포옹을 아동문학의 동시 부문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동화 부문에서 전체 응모된 작품은 동화보다 청소년소설 쪽에서 흥미로운 소재 등 월등히 우세했다. 심사위원들은 역량 있는 신진 발굴과 양성에 역점을 둔 대산창작기금 심사 기준을 고려하여 꿈을 걷는 소녀를 최종 당선작으로 합의했다.

꿈을 걷는 소녀는 엄마가 30년 전 여학생 때 겪은 성수대교 붕괴 사건과 가 겪은 놀이공원에서 동생의 죽음이란 현재의 사건을 교차해 가며 꿈을 통해 살아남은 가족들을 짓누르는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성수대교 참사 때 죽은 친구에 대한 엄마의 비밀 이야기, 동생에 대한 의 죄책감 등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구성력과 문장력, 특히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꿈을 본다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였다. 다만 결말 부분에서 엄마가 죽은 친구 가족과 또 와의 화해를 급작스럽게 이루어지게 한 결점이 걸렸으나 의미 있는 메시지와 따뜻한 울림이 어느 정도 상쇄해주었다. 꿈을 걷는 소녀가 이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도리어 비난받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어주고자 한 그 따뜻한 시선이었다.

아동문학 부문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아름다운 포옹꿈을 걷는 소녀의 신예 작가에게 기대감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 아울러 대산창작기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응모해주신 모든 응모자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심사위원
: 김리리 김용희 남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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