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및 작품
부문
성명
작품명
시
김영미
「해수욕」 외 49편
이동우
「상괭이」 외 49편
정다연
「에코백」 외 49편
소설
신종원
『습지 장례법』
김개영
『나의 시적인 선녀씨』
희곡
황정은
「오피스」 외 1편
평론
선우은실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 외 45편
아동문학
김경련
동시 「모래시계」 외 55편
이유리
동화 『불량수제자』
■ 심사평
<시 부문>
‘다름’의 자리에서 ‘통과’하는 언어들
지구에게 아니 인간에게 들이닥친 “예외 상태”가 2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216분이 보내주신 시를 읽는 시간은 더욱 남달랐다. 보내주신 작품들은 각각의 방향성과 밀도가 있었다. 다양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에 대한 보다 세밀해진 감각, 공동체와 윤리에 대한 확대된 관심이 눈에 띄었다. 멀리와 가까이, 다름과 다름을 연결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예외 상태”를 뚫고 나가는 ‘희망’도 보였다.
세 심사위원이 멈춰본 지점은 ‘다름’과 ‘통과’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발명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방식을 기어코 찾아보고자 한 시들, 그곳이 어디든 안을 통과하고자 한 시들을 주목하였다. 즉 같은 방향성이어도 다른 시도를 했냐는 것. 빠른 선명성보다는 림보같은 과정을 통과한 선명성이냐는 것.
다름과 통과를 중심에 놓고 작품을 읽었다. 아홉 분의 작품을 최종에 올려 더 골몰해서 읽었다. 그리고 대화 끝에 세 분의 작품을 선정했다.
‘「상괭이」 외 49편’은 ‘서정’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낸다. 흔히 세상살이라고 할 때, 사람이 처하는 벼랑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즉 미학적 표현을 줄이고 오로지 현실의 진정성으로 돌파하고자 한 의도에 울림이 있었다. “수직으로만 자라나는 세상”(「담쟁이」)에서 “갯내와 흙내가 뒤섞”(「상괭이」)인 “별”을 찾는 몰두 또한 귀한 지점이다.
‘「에코백」 외 49편’은 세계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폭력적이거나 부조리한 풍경을 감각적인 문체로 접근한다. 비극과 감각을 교차하며 쓸 때 메시지를 넘어선다. “스스로 불을 지르는 숲을 상상”함과 “깜빡 졸았다”(「홀리데이」)가 나란히 올 수 있다는 것. 즉 일인칭의 솔직성으로부터 발화된다는 면에서 몸의 통과를 신뢰하게 했다.
‘「해수욕」외 49편’은 정서와 이미지를 겹쳐서 시적 구조를 만든다. 정서를 다룰 때 흔히 빠질 수 있는 자폐가 없고 자기 연민이 없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물끄러미 보고 간결하게 쓴다. “우리는 수영복 위에 겉옷을 입고 버스에 올랐다 / 오랫동안 몸이 마르지 않았다”(「해수욕」)처럼, 건너뜀이 없는 낱낱한 감각의 경험이 믿음을 갖게 했다.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한 세 시인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이후로도 고독하고 용감할 언어에 부디 소박한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심사위원 : 남진우, 문태준, 이원
<소설 부문>
2021년 대산창작기금 소설 부문에는 총 130건이 접수되었다. 1차 심사에서는 3명의 심사자들이 무작위로 배당 받은 작품을 읽고 각자 3편의 작품을 추천했다. 2차 심사에서는 총 9편의 작품을 두고 논의하여 최종 2편의 지원 대상자를 선정했다.
장편소설 응모작품 중에서는 『습지 장례법』, 『황금빛 모서리』, 『문』, 『나의 시적인 선녀씨』가 후보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단편소설 응모작품은 ‘「불안한 밤의 소네트」 외 7편’, ‘「한밤에 두고 온 것」 외 6편’, ‘「버드워칭」 외 8편’, ‘「트릭」 외 6편’, ’「사진의 미래」 외 7편‘이 후보 작품이 되었다. 이 중에서 장편소설인 『습지 장례법』, 『나의 시적인 선녀씨』와 단편소설인 ‘「트릭」 외 6편’, ‘「사진의 미래」외 7편’을 최종 작품으로 논의했다.
‘「사진의 미래」 외 7편’은 평범하고 지난한 일상 속에서 시종일관 건조하되 인간성을 잃지 않는 인물들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해체된 가족 안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청년들의 우울, 발랄, 적적한 삶을 형상화하는데도 성공한 작품이었다.
‘「트릭」 외 6편’ 역시 수작이었다. 7편의 단편 모두 개성적이며 작가주의적인 소설들이었다. 다만 너무 잘 짜여진 구조가 작위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손볼 데 없는 작품들이어서 이대로 독자를 만나도 좋겠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나의 시적인 선녀씨』는 속도감 있는 유려한 문장과 디테일한 묘사가 장점인 소설이었다. 인물의 형상화도 구체적이며 입체적이었다. 전근대적인 소재 때문에 낡은 소설로 읽힐 우려도 있었으나 무당을 시인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오늘의 문제로 확장시켜 새로움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그 확장된 세계를 좀 더 심도 깊게 다루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생생한 인물들을 이 소설의 미덕으로 삼기로 했다.
『습지 장례법』은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지해 한 가문, 인류 진화의 역사를 구현한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늪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진행도 무척 독창적이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세계관과 장광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독해는 단점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았고 절제와 사회적인 의식을 고려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신인작가의 미래성을 점치기에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따라서 심사자들은 어렵지 않게 『나의 시적인 선녀씨』와 『습지 장례법』을 수혜 작품으로 선정했다. 두 분의 대산창작기금 수혜자들께 큰 축하를 전한다.
완성도 높은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같은 수준의 작품이라면 앤솔로지 등의 단행본에 수록되거나 타 기관의 수혜를 받은 작품은 배제했으며, 장편과 신인에게 먼저 손을 들었음을 밝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팬데믹 상황에서 작가들의 글쓰기는 계속되고 있다. 건강해야 건강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라며, 지치지 말고 늘 정진하시길 기원하겠다.
심사위원 : 김이설, 백민석, 정지아
<희곡 부문>
올해 지원한 작품들은 작가마다 갖고 있는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심사에 앞서 독자로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흔히 희곡에 있어 1차 출판은 공연이라는 말이 있다. 극작가는 공연을 위해 희곡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한 작품 중에는 극적 행위 대신 설명적인 대사가 중심이 되는 경우와 지나치게 관념적이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쉽게 해석이 안 되는 작품도 종종 있었고 문학으로서 희곡보다는 공연을 위한 대본에 더 치우친 작품도 있었다. 물론 이 또한 작가의 개성일 수 있다. 희곡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희곡을 쓰는 것은 그 근사치에 도달하려는 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한 문학이라는 것이다. 희곡이 2차 텍스트인 연극에 종속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연극을 등한시해서도 안 되고, 동시에 연극에 기대어 1차 텍스트인 희곡의 문학적 완성도를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고민에 고민을 한 끝에 ‘「오피스」 외 1편’, ‘「아버지 없는 아이」 외 1편’, ‘「매립지」 외 4편’, ‘「미인도」 외 1편’을 본심에 올렸다. 당선작을 뽑는 자리인 만큼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오피스」 외 1편’ 중 「오피스」는 ‘사보 회사’라는 일종의 중간계에서 계속 을이 되어야 하는 존재들과 글쓰기의 현실을 신랄하게 형상화했고, 「사막 속의 흰개미」는 ‘자연은 한편의 신화’라는 대전제 속에서 자연의 원리가 인간세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로 설득력 있게 구축했다.
‘「아버지 없는 아이」 외 1편’ 중 「아버지 없는 아이」는 강력한 극성이 있었지만 「햄릿」, 「엘렉트라」, 체호프의 비극 등을 연상케 하는 기시감을 들게 했고 무엇보다 아버지에 대한 상징성을 만들지 못한 것이 단점이었다. 「후설」은 ‘영원한 것은 백성’이라는 레토릭으로 작품을 다소 계몽적이고 진부하게 만들었고 소재가 가진 긴장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매립지」 외 4편’ 중 「매립지」는 작가의 관념만이 투영되어 무엇에 대한 은유인지 모호했다. 「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은 매력적인 인물과 상황을 제시하고 있지만 극적 긴장감이 부족하고 다소 산만했다. 이 작품 또한 관념적이어서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극성을 발생시키는 중심사건이 약했고, 「풍등」은 피해자 가족의 인간적인 혼란과 갈등을 다루는 것은 좋았지만 인물의 행위와 개연성이 다소 부족했다. 「야훼의 야유회」는 소설식 서술로 되어 있는 2막이 연극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미인도」 외 1편’ 중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1990년대의 시대를 표현하는 매력적인 서사를 갖고 있음에 불구하고 이분법적 접근과 진짜와 가짜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이 아쉬웠고 「다이달로스」는 SF 작품으로 다양한 층위의 진행이 매력적이지만 중심사건과 갈등이 모호했다.
논의된 작품 중에서 ‘「오피스」외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 의견이 쉽게 모아질 수 있었던 것은 희곡이 가져야 하는 극성이 출중했고 ‘공연을 전제로 한 문학으로서의 희곡’을 그 어떤 지원작들보다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당선된 작가에게 이 지면을 빌려 축하를 보낸다. 앞으로도 좋은 희곡을 많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비록 선정되지 못했지만 열정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개성적인 작품을 보여준 작가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심사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심사위원 : 고연옥, 차근호
<평론 부문>
언제나 비평의 위기가 논의되는 것은 삶과 현실이 늘 기로에 서 있는 까닭일 것이며,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문학의 길에 대한 질문이 언제나 심각한 수고를 동반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비평은 언제나 유행하는 담론과 비평가 스스로 속한 세대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러한 비평의 위치를 자각하고 이에 대한 심문(審問)을 자의식의 토양으로 삼아 다른 목소리,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권 분량으로 편집될 만한 평론 작업의 결과물을 비평가 스스로 배치, 구성하여 일종의 ‘경연’에 제출한다는 것은 그것부터 이미 비평가 자신의 안목을 드러내는 작업이기에 여러 편의 응모작들을 일차적으로 걸러내는 일은 아주 어려웠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성의 있게 체계적으로 준비된 평론 원고들을 중심으로 우선 취사선택하고자 했다. 문단에서의 위치나 비평 담론의 어떤 방향 같은 것은 가급적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 추구하는 비평 세계를 그 스스로 얼마나 성의 있게 밀고 나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 일차적 판단의 기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행하는 담론의 영향력은 아주 뚜렷했고 그렇기에 초록이 동색인 것처럼 느껴지는 아쉬움도 상당하기는 했으며 비교적 젊은 비평가들의 경연장인 만큼 세대의 특질, 가치 정향, 취향 같은 것을 드러내는 응모작들이 다수를 차지했음은 물론이다. 각각의 비평가들이 저마다의 응모작 속에서 보여준 안목과 성의, 구성 능력, 한 편 한 편의 완성도를 세심하게 따져 선별하려 했음을 밝혀둔다.
이렇게 해서 이차 작업을 위해서 선별된 네 비평가들의 원고 ‘뭉치’는 『침묵과 쟁론』,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살고 있다」 외 37편‘,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 외 45편‘, ‘「너는 이제 미지의 즐거움일 것이다」 외 21편‘ 등이었다.
『침묵과 쟁론』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원고의 ‘주인’은 다른 비평가들과는 다른 유형의 독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유를 개진하려 한다는 인상을 선사한다는 점이었다. 대상이 되는 시인이나 시집들도 차별화된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다른 시각, 총론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시사’를 바라보고 경중을 매기는 데서는 또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점을 남겼다는 점이었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살고 있다」 외 37편‘의 매력은 무엇보다 문체가 좋았다는 것, 문체는 곧 비평가 자신의 사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원고를 낸 사람이 비평의 대상작이나 대상 시인들도 남과 다르게 보았다는 점은 역시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총론으로 제시된 것이 잘 보이지 않아 심사자들이 애써 찾아보아야 했다는 점, 비평 개념이 더 정밀했으면 싶었다는 점, 어떤 사회적, 시사적 통념에 의존된 사고의 편린들이 엿보인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너는 이제 미지의 즐거움일 것이다」 외 21편‘은 성실한 ‘독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했으나 작품론으로 일관한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의 체계가, 이것은 비평가의 사유 체계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총론 격의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왜냐하면 이것은 비평가 자신의 비평론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뜨이는 점들을 그냥 간과할 수만은 없었다고 해야겠다.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 외 45편‘은 원고 분량이 아주 많을 뿐 아니라 그 나름의 체계도 갖추고 있고, 앞에서 밝혔던 총론격의 메타비평적인 글들과 작가와 시인, 소설과 시집에 대한 넓고도 섬세한 독해와 평가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 비평가가 속해 있을 법한 세대적 특질에 대한 자의식, 현재의 문학 지형에 대한 독자적인 평가적 시선, 작가, 시인과 작품을 선별하는 데서 나타난 일종의 균형감각 같은 것들을 높이 평가할 만했다. 다만 ‘일인칭’의 문법이랄까, 문체에서 오는 분석, 판단 주체로서의 비평가의 시선의 ‘고도’ 같은 것에서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면 이것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선별 작업에서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살고 있다」 외 37편‘과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 외 45편‘ 두 ‘작품’을 놓고 진지하게 그 장단과 경중을 논의해 보았다. 둘 다 장점이 컸고 약점은 작았으며, 비평적인 자의식과 치열성에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사자들의 최종 판단이 ‘「우리가 우리의 문제에 대해 말할 때 필요한 것」 외 45편‘ 쪽으로 ‘슬며시’ 기운 것은 앞에서 말한 비평가의 숙명이랄까, 그 담론적 유행과 세대의 한계를 얼마나 깊이 자의식화 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어떤 판단 때문이었다.
이 시대는 창공의 빛나는 별과 데스크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자신만의 ‘등불’ 사이의 거리가 너무 크며 또 클 수밖에 없음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 방민호, 이경수
<아동문학 부문>
올해 아동문학 부문에 응모된 작품은 작년보다 조금 줄어 총 120편이었다. 이중 동화는 45편이었으며 사실동화를 중심으로 의인동화, 판타지, 역사물, 청소년소설이 골고루 응모되었다. 동시는 75편이 응모되었고 기존 동시의 형식과 내용을 계승한 작품과 도전적 시도를 담은 작품이 고루 응모되었다. 아동문학 부문에 응모한 120편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아홉 작품이었다.
동시 부문에서 본심에 오른 작품은 ‘「꿈꾸는 감씨」 외 49편’, ‘「나의 마녀」 외 49편’, ‘「엉엉 우는 하느님」 외 50편’, ‘「탈출을 희망함」 외 49편’, ‘「개구리가 동그라미를 그리는 법」 외 49편‘, ’「모래시계」 외 55편‘ 등 모두 여섯 작품집이었다. ‘「꿈꾸는 감씨」 외 49편’은 이미지가 선명하고 간결한 장점이 있는 반면 소재가 다소 협소하고 직관과 통찰보다는 정보나 지식에 의지하여 쓴 시가 적지 않았다. ‘「나의 마녀」 외 49편’은 시적 개성과 참신성, 사유의 깊이를 갖추었으나 과장과 비약으로 흐르는 경향이 노출되었다. ‘「엉엉 우는 하느님」 외 50편’은 새로운 어법으로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돋보였으나 간혹 자의적 세계에 머문 시들이 눈에 띄었다. ‘「탈출을 희망함」 외 49편’은 새로운 기법을 활용한 청소년시였으나 표현과 사유가 정제되지 않아,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상대적으로 ‘「개구리가 동그라미를 그리는 법」 외 49편‘은 다양한 제재 선택, 선명한 이미지, 삶에 대한 구체성과 진정성, 유머와 재치 등 다양한 미덕을 갖고 있었으며 ’「모래시계」 외 55편‘은 독자가 공감할 만한 시가 많고 제재를 선택하고 다루는 방식이 폭넓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두 작품집 모두 공통적으로 한계가 노출되어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을 놓고 고민하였으며 최종수상작으로 참신함과 안정성이 균형을 이룬 ’「모래시계」 외 55편‘을 선정하였다.
동화 부문 본심작은 『뮤뮤, 죽지 않는 고양이』, 『이별 잔치』, 『불량수제자』 등 세 편이었다. 『뮤뮤, 죽지 않는 고양이』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최근 이슈에 부합하는 주제로 고양이와 인간과의 관계, 고양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등의 메시지를 담았으나 어린이 독자가 동일시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고, 인물 형상화와 작품 전개의 작위성이 지적되었다. 이는 고양이의 시점임에도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 내용으로 전개되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별 잔치』는 캐릭터가 초반부터 선명하게 부각되었으며 묘사가 구체적이고 생생하여 무난하게 끝까지 잘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시의성을 반영한 에피소드도 없지 않으나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새롭지 않고 익숙한 것이 아쉬웠다. 예상 가능한 전개와 평이한 결말이 아쉬움을 남겼다. 청소년소설 『불량수제자』는 탈북 청소년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흡인력 있게 읽히며 탈북자와 스포츠라는 제재가 결합되어 무협, 로맨스, 성장 등 여러 장르적 특성을 띄는 것도 돋보였다. 다만 명랑소설 스타일로 전개되면서 묘사의 밀도가 떨어지는 탓에 중심인물의 성장이 잘 느껴지지 않고 문학적 깊이도 확보되지 못했다. 두 작품의 장점과 한계를 살핀 결과 현재 독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고 문학 장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리라는 기대를 모아 『불량수제자』를 선정하였다.
이번 심사는 코로나로 인하여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되었으며 세 명의 심사위원의 토론과 동의를 거쳐 최종 작품을 선정하였다. 응모해 주신 아동청소년 문학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두 분의 수상작가에게는 축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 신형건, 양연주, 오세란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