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공모는 2021년 2월 22일 오전 9시에서 6월 1일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접수로 진행하였다. 접수결과 어권별로 영어권 26건, 불어권 7건, 독어권 5건, 스페인어권 2건, 일어권 7건, 중국어권 13건, 베트남어권 5건, 러시아어, 터키어, 폴란드어, 이탈리아어, 우즈벡어, 몽골어, 페르시아어권 각 1건 등 총 72건이 접수되었다.
접수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6월~7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반의 기간 동안 국문학 분과 심사, 어권별 심사를 진행 후 최종심사를 거쳐 총 영어권 3건, 불어권 3건, 독일어권 1건, 스페인어권 1건, 일본어권 2건, 중국어권 2건, 베트남어권 1건 등 총 13건의 지원작을 선정하였다.
지원작 목록, 국문학 분과 심사의견 및 어권별 선정사유는 아래와 같다.
■ 2021년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대상자 및 작품(총 13건 선정)
부문 |
어권 |
지원대상자 |
장르 |
번역작품 |
번역 |
영어 (3건) |
김소라 |
소설 |
서쪽 숲에 갔다(편혜영 作) |
오은경 올란 먼슨 |
시 |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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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모리스 |
소설 |
실패한 여름휴가(허희정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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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 (3건) |
이현희 이자벨 리바도-뒤마 |
소설 |
9번의 일(김혜진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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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장 노엘 주테 |
시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한강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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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영 쥐디트 벨맹노엘 |
소설 |
떠도는 땅(김숨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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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1건) |
고유리 도미닉 파이제 |
소설 |
한낮의 시선(이승우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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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1건) |
윤선미 |
소설 |
생강(천운영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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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2건) |
박지혜 다나카 미유키 |
소설 |
9번의 일(김혜진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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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지호 |
소설 |
일곱해의 마지막(김연수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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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2건 ) |
예레이레이 |
소설 |
저녁의 해후(박완서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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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
소설 |
9번의 일(김혜진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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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 (1건) |
응웬티번아잉 |
소설 |
9번의 일(김혜진 作) |
[국문학]
2021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 사업에 접수된 작품은 모두 72편이었다. 그 중 번역이 67건, 출판이 2건, 연구지원이 3건이었다. 지원 상황을 보면 당연히 번역 부문의 지원자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권역별로는 영어권(26건), 중국어권(13건)에 몰려 예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원자 대부분은 진지하게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려고 최선을 다한 것 같았다. 빼어난 한국문학 작품을 선별하여 온누리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른 언어로 지렛대를 놓으려한 노고에 우선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발신하는 한국문학의 입장에서 우선 상대적으로 더 좋은 한국문학 작품들이 세계인들과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더 좋은 한국문학이라는 기준은 저마다 달리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개성적인 감수성에 바탕하여 미학적 성취를 거둔 작품, 주제의식 면에서 소통 가능한 보편적 문제의식으로 심화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가장 개성적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작품이면 좋겠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시작되었으되 온누리의 세계인들이 감동적으로 읽고 노래처럼 읊조리고 이야기처럼 옮기는 그런 작품이면 좋을 것이다. 물론 번역가의 입장에서 그 많은 한국문학 작품을 헤아려 읽고 선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에 속한다. 그래서 대산문화재단에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수상작에는 매우 많은 복수의 번역 지원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번역가들이 개별적으로 선정한 작품 중에는 번역 출판했을 때 파급 효과, 넓게 말해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정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기대를 덜하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들은 대개 문학적 우수성과 그 파급 효과 면에서 존중받을 수 있고, 번역·출판 계획의 완성도, 출판 가능성, 사업수행 능력, 결과물 활용 가능성, 지원신청금의 적절성 등 종합적 측면에서 신뢰받은 경우다. 선정된 지원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내며 그 결과물들이 온누리에서 빛나기를 기대한다.
연구 지원이나 출판 지원의 경우 매우 유감스럽게도 지원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해외에서의 한국문학 발전과 소개에 미칠 기여도 및 파급 효과, 원작의 문학성 및 연구 가치 등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이번 지원작들은 조금씩 아쉬운 점을 보였다. 너무 파급 효과가 제한적인 연구 지원은 가령 한국연구재단 같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연구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문학 관련 담론을 연구하여 세계인들과 소통하고자 할 때 아직은 한국문학의 본령에 가까운 쪽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현재까지의 소통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렇지 않을까. 연구 지원 과제 중 마지막까지 심의 독자들을 망설이게 했던 한 과제는 지원자의 연구 역량이나 출판 가능성 등 여러 면에서 좋았지만, 연구 대상 면에서 약간 아쉬웠다.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출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현 단계의 상황을 고려하여 무엇을,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영어]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는 원작에 대한 정확하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우수한 번역을 제시하였다. 허희정의 『실패한 여름휴가』는 상대적으로 번역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은 작품이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고 가독성 있는 번역을 제시하였다. 임솔아의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의 경우 영어권 2인의 심사 위원 중 제척사유가 있는 심사위원 1인은 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나머지 심사위원 1인의 심사로 선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기복이 없는 번역을 제시했으나 간혹 원작의 단어가 누락되거나 뉘앙스가 밋밋하게 소실되는 사례가 보여,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불어]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맨부커 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으로 작품성과 아울러 화제성도 있어 번역 작품으로 가치가 높고 역자의 번역 역량 역시 충분해서 큰 기대가 된다. 다만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ㄱ’ 등의 번역을 한국어의 느낌을 더 살린다면 번역의 수준을 넘어 더 훌륭한 표현으로 완성되리라고 기대한다.
28회 대산문학상 장편소설 부분 수상작인 『9번의 일』은 삶의 근간인 노동의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친 소설로 과장 없는 문체와 시사성을 갖춘 이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프랑스어권 독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문학 비평계로부터 두루 인정을 받은 2020년을 대표하는 수작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는 『떠도는 땅』은 K-pop과 더불어 한국의 역동성, 경제 성장 이면에 가려져 있는 한민족의 수난의 역사를 세계에 보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한국 소설을 프랑스에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드크레센조 출판사와 역량을 갖춘 역자가 한국문학을 세계 문학의 중심에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독어]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은 번역이 전반적으로 충실하게 이루어졌으며 가독성과 전달성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공역자와의 작업도 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시작 부분에 나오는 릴케의 『말테의 수기』를 위시한 인용된 여러 상호문화적 맥락의 번역도 착실하게 이루어졌다. 유럽 문학계의 기존의 반응과 기대를 고려해볼 때 작가의 선택도 적절하다고 할 수 있고, 주제나 전체 내용으로 볼 때에 독어권 독자들의 보다 폭 넓은 이해가 가능한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번역자가 제시한 출판사와의 계약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현재 간혹 보이는 문체상의 작은 결함들은 교정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어]
번역문의 완성도, 현지 독자의 가독성 그리고 원문의 문학성과 출판가능성 등을 두고 천운영의 『생강』과 김혜진의 『9번의 일』을 비교 심사하였으며 모든 영역에서 『생강』 번역이 우위를 보여 선정작으로 결정하였다.
[일어]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은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어휘 선정 등 다소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무리가 없었고, 가독성 있는 우수한 번역이었다. 무엇보다 번역의 계획, 출판의 현실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재단의 지원취지에도 부합하는 작품 선정이라고 하는 점이 인정되었다. 김혜진 『9번의 일』 은 5건의 많은 지원이 있었는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 두건을 제외하고 모두 수준급의 번역이었다. 이 중 선정된 건은 전반적으로 문학적 완성도를 고려한 수준 높은 번역이었다. 다소의 매끄럽지 못한 투박한 번역이 있긴 했지만, 충분히 보완해나갈 여지가 있어 보였다. 나아가 현지에서의 출판계획 및 가능성 등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중국어]
김혜진의 『9번의 일』(접수번호 167)과 박완서의 『저녁의 해후』(접수번호 142)는 심사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번의 일』은 ‘9号岗’이라는 제목부터가 그랬다. 첫 문장부터 번역이 매우 고급스러웠고, 어휘의 선택이 탁월했다. 번역본을 읽으면 그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는 훌륭한 번역이다. 『저녁의 해후』역시 몇 군데 오역에도 불구하고 원작에 어울리는 어휘와 표현들을 멋지게 구사하고 있다. 특히 원문에는 없는 내용을 적실히 첨가해 맥락적 등가성을 만들어냄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하여 올해 번역지원 중국어권에서는 이 두 번역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베트남어]
이번에 참여한 베트남어 번역 작품들의 경우, 전체적으로 참여자들의 기존 실적과 번역 능력이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음. 그 중에서도 3편 정도의 번역 수준은 매우 우수한 번역이었음. 출판과 관련한 준비도 확정은 아니었지만 예정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경험 많고 이미 한국문학 번역서를 출판한 경력이 있는 경우가 많았음.
최종적으로 번역의 우수성과 출판계획 등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번역자에게 최고 점수가 부여되었음.
*어권별 심사위원
-영어 : 손영주(서울대 교수), 제이크 레빈(계명대 교수)
-불어 : 최내경(서경대 교수), 앙트완 코폴라(성균관대 교수)
-독어 : 최윤영(서울대 교수), 프리더 슈타펜벡(한국외대 교수)
-스페인어 : 전기순(한국외대 교수)
-일어 : 박상도(서울여대 교수)
-중국어 : 공상철(숭실대 교수), 왕염려(중국 길림대 교수)
-러시아어 : 김현택(한국외대 교수)
-폴란드어 : 최성은(한국외대 교수)
-베트남어 : 박연관(한국외대 교수)
-페르시아어 : 곽새라(한국외대 교수)
-국문학 : 우찬제(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