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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박완서 소설 「도둑맞은 가난」 이어쓰기
윤대녕 공선옥 하성란 장은진 정용준 유협
계간 《대산문화》 여름호 (통권 80호)
▶ 대산초대석 : 윤제균 - 이대현 “서로 화합하고 모두 행복해 하는 이념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감독 윤제균과의 대화
▶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나의 아버지’ : 류주현 장용학 조병화
▶ 김수영 탄생 100주년 온몸의 시, 온몸의 철학② : 김상환김수영과 온몸의 사유
▶ 가상인터뷰 : 이숭원길이 있다는 물이 있다는 그곳을 향하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시인 김종삼
▶ 인문에세이 - 길을 묻다: 조병영‘리터러시’의 사전 밖 정의
▶ 창작의 샘: 시, 송승환 김복희/ 단편소설, 이만교/ 동화, 박하림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문학 전반에 걸친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문학교양지 《대산문화》 2021년 여름호(통권 80호)를 발간하였다.
- 기획특집 : 박완서 소설 「도둑맞은 가난」 이어쓰기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단편소설「도둑맞은 가난」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난을 다르게 대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가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박완서 소설가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윤대녕 공선옥 하성란 장은진 정용준 유협 등 여섯 작가가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도둑맞은 가난」의 뒷이야기를 그려냈다.
○ 솔매야, 솔매야 _ 윤대녕 : 겨울이 다 갈 때까지 나는 춥고 음습한 골방에서 누워 지냈다. 긴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왔는데 포장마차 앞 사내가 나를 불렀다. “저 멕기공장에서 상훈이랑 일하던 만식이라고 합니다. 신세는 잊지 않고 꼭 갚겠습니다.”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도, 퇴원한 뒤에도 만식은 집으로 찾아왔다.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달라고 하소연을 했다. 한순간 마음이 흔들려 어느 날 나는 바람이나 쏘이러 가자는 심정으로 그의 뒤를 따라 나섰다.
○ 시간 도둑 _ 공선옥 : 상훈이 떠난 후 나는 이미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상훈의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라는 것도. 내가 상훈과 살 때 가끔 들렀던 생선가게 남자가 아는 체를 했다. 나는 내가 남편, 아니 생선가게 남자를 보고 웃었는지 어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생선가게 남자가 생선 살을 발라 어린 딸 입에 쏘옥 넣어주며 얼마나 흡족해했는지, 얼마나 고운 ‘내 딸’의 아버지였는지.
○ 모서리에 서다 _ 하성란 : 그녀는 마스크를 턱으로 끌어내리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를 피우는 그 모습에서 그는 소설 속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소설 속 그녀는 허겁지겁 풀빵으로 배를 채웠다. 그의 등단작은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였다. 비좁은 방 안에서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에 매일 뚜껑이 열렸으면서도, 그 시절의 간절함을, 그 가난을 추억하고 있었다.
○ 풀빵과 금반지 _ 장은진 : 저녁 준비를 하는데 끝방 아줌마가 요새 청년이 통 안 보이네, 라고 물어왔다. 나는 못 들은 척 기침을 해댔다. 연탄불이 꺼진 방의 냉기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월급을 받고 나와 풀빵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어둠 사이로 불 켜진 내 방 창문이 보였다. 누가 온 걸까. 날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 실패애호가 _ 정용준 : “안녕하세요. 저는 실패한 가수입니다.” “실패하셨다니 힘드시겠어요.” “힘들지 않아요. 에이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신이 에이징 되고 있다는 무명가수 말에 동의했거나 설득된 것은 아니다. 그를 연민하는 마음이 슬금슬금 커가는 것을 느꼈을 때 엄마가 생각났다. “거지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 거지 같은 거야. 그러니 약속하렴. 너는 그런 것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고.” 나는 그때마다 손가락을 걸었고 엄마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줬다.
○ 내가 훔친 태극기 _ 유협 : 서태지 광팬인 나는 〈발해를 꿈꾸며〉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웃집 이상한 아저씨가 “젊은 가수들이 발해는 왜 찾나?”하고 물었다. “아저씨들은 걸핏 하면 동해를 찾아갔잖아요.” 아저씨가 침묵하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너는 결혼 안 하니? 지금 차림이 그게 뭐냐?” 불쾌감에 오토바이를 타고 한 바퀴 돌다 언덕까지 단박에 올라가려 한 순간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어버렸다. “끼익!” “우당탕탕! 나의 신음을 깔아뭉개면서 다른 소리들이 연달아 내 귀를 강타했다. 새까만 별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이사도라 던컨의 마지막 말을 환청으로 들은 듯하였다.
- 대산초대석 「서로 화합하고 모두 행복해 하는 이념영화를 만들고 싶다 - 영화감독 윤제균과의 대화」
영화 〈해운대〉,〈국제시장〉으로 두 번이나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웃고 울리는 윤제균표 영화’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낸 윤제균 감독을 이대현 영화평론가가 만났다. 두 사람은 제작과 투자, 유통은 물론 콘텐츠까지 새롭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영화가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제균 감독은 OTT가 가져오는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돌아오면 극장에 관객이 몰려들 것이라고 확신했다.〈기생충〉〈미나리〉의 해외 활약을 언급하며 “한국영화의 존재와 수준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고, 한국영화 글로벌화의 고정관념까지 바뀌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더불어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생각하며 구상한 영화〈국제시장〉을 일부 언론, 정치권에서 이념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며, 영화는 이념을 떠나 그 시대의 감성을 진정성 있게 담는 것임을 강조했다.
-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나의 아버지’ : 류주현 장용학 조병화
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시민의 탄생, 사랑의 언어’를 주제로 “2021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5월에 개최하였다.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 한국 문인들을 재조명해 온 본 문학제는 1921년에 태어난 문인들 중 김광식, 김수영, 김종삼, 류주현, 박태진, 이병주, 장용학, 조병화 등 8인을 대상작가로 선정하였다. 이 중 류주현, 장용학, 조병화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회고한 글을 기고하였다.
류주현 소설가의 아들이자 건국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명예교수인 류호창 선생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집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작가로서 다양한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시면서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쉬어가는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혜를 주신 아버지를 회고하였다.
장용학 소설가의 아들이자 전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인 장한철 선생은 소설가, 교사, 교수, 언론인으로 활동한 아버지의 모습과 가훈 "거짓말을 하지 말고 형제는 사이좋게"를 기억하며 가족들을 서로 아끼고 묶어주는 역할을 하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조병화 시인의 아들이자 조병화문학관 관장인 조진형 선생은 시인으로서의 아버지의 발자취와 늘 '인생은 순수고독, 순수허무'라고 말씀하시며 열심히 사신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 김수영 탄생 100주년 온몸의 시, 온몸의 철학② 「김수영과 온몸의 사유」
『김수영론: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김수영과 논어』등의 저서와 글을 통해 김수영 시인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온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온몸의 시, 온몸의 철학’ 두 번째 이야기가 실렸다. 이번호에는 온몸의 사유를 노래하는 대표작으로「먼 곳에서부터」를 꼽아 세 가지 관계에 따라 구조화되는 사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김수영의 ‘현대시’에 자리하는 시작과 시론 혹은 형식과 내용이 서로 대립하며 시를 구조화하는 양극에 대해 다루었다.
- 가상인터뷰 탄생 100주년을 맞는 시인 김종삼 「길이 있다는 물이 있다는 그곳을 향하여」
이숭원 평론가가 현대인의 절망과 상처가 투영된 정신적 방황의 세계를 표현한 김종삼 시인과의 가상인터뷰를 기고하였다. 월남 피난민으로서 전쟁과 죽음의 공포를 견뎌내기 위해 쓴 시, 아이의 죽음을 소재로 쓴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종삼 시인의 시와 그의 삶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 하였다. 시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김종삼 시인의 작품과 생각이 나타나있다.
- 인문에세이-길을 묻다 「‘리터러시’의 사전 밖 정의」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러닝사이언스학과 조병영 교수는 ‘리터러시(literacy)’를 유의어,제한점,용례,정의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는 “리터러시의 의미는 문해력,문식성,탈문맹을 아우르고 남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다층적이라서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리터러시의 경험이 글자라는 추상적인 기호를 읽고 쓰는 데에 국한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 독자들, 저자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결부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 수행하는 일들의 대부분이 읽고 쓰고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리터러시는 글자 읽기에서 출발하여 세상 읽기로 진행하고, 텍스트는 지적, 정서적, 사회적 경험과 참여를 매개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우리가 자신과 공동체의 삶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읽기와 쓰기’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제대로 읽고 쓰는 사람들’이 되어간다고 덧붙였다.
- 김승희 시인의 경이로운 공간 베네치아 답사기를 실은 ▲노트 위 패스포트 이외에 ▲내 문학의 공간 김경미 시인, ▲나의 데뷔작 정영수 소설가, ▲내 글쓰기의 스승 정한아 소설가 ▲창작의 샘 송승환 김복희의 시 각 2편, 이만교의 단편소설, 박하림의 동화, 이경림 윤성희 이재빈의 글밭단상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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