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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운영자 | 19.12.17 | 조회 1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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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 부문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_이규민 / 서울예대 문예창작 2년

•소설 부문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들」_남의현 / 서울예대 문예창작 3년

•희곡 부문

「주리」_이재빈 / 서울대 경제학부 4년

•평론 부문

「이제는 남겨진 당신의 얼굴을 마주할 때」_박하빈 / 서울예대 문예창작 4년

•동화 부문

「최장순 할머니 찾아요!」 외 1편_김소휘 / 서울예대 문예창작 3년

 

심사평

 

•시 부문

‘공모’에 참여하는 우리가 심사(深思)해야 할 바는, 이 행위의 본질이 ‘누군가 선택되고 누군가는 배제된다’가 아니라 ‘고심할 기회, 고심하고 드러낼 기회, 드러난 것을 접할 기회’를 얻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고심하고 고심하여 마침내 드러난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 기뻤다.

 

시마다 깃들어 있는 반짝이는 사유, 가득한 에너지를 느껴가며 한편 괴로웠다. 그중 한 사람을 찾아내야 함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대산대학문학상’은 투고작의 수도 많고, 작품마다 기량이 고르며 그 수준도 높아서 심사하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 번 살피는 것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워 재차 살피고 또 살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1천7백여 편 작품 모두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기성의 것을 따르는 문법, 낯선 소재에 의탁해 새로움을 얻으려는 피상적 시도, 일반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가공하려는 작위적인 구성 등은 매해 지적되어온 부분이다. 올해 역시 이를 피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특별히 외래어 사용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음과 새로움은 별개다. 하물며 너무 많은 이들이 외래어를 이용해 낯섦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거리이다.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필연적인 순간, 신중하게 접근해 사용할 때에야 그 의도는 성공하게 될 것이다.

 

전체 투고작을 살피고 심사자들 각자 세 편의 작품을 선택해 아홉 편을 두고 토론했다. 1차 독서를 통해 네 편의 작품을 배제했고 ‘「홈 비디오」 외 4편’, ‘「탈출묘기」 외 4편’, ‘「최초의 충돌」 외 4편’,「중학교」 외 4편’,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 등 총 다섯 명의 작품 스물다섯 편의 시가 최종 대상이 되었다. ‘「홈 비디오」 외’는 언어 구사 능력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능숙하게 구조화해낸다. 시마다 반복되는 이미지와 단어는 아쉬운 점이다. 때로 정확하지 않은 문법들도 눈에 띈다. ‘「탈출묘기」 외’는 풍유적(諷諭的) 이야기들과 그 서사를 떠받치는 감각적 문장들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쉽게 뻔해질 수 있다는 풍유법의 약점을 온전히 극복해내지 못했다. 간파당하지 않을 만큼 비틀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지금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최초의 충돌」 외‘는 시인의 실력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써내려가는 능력이 발군이다. 그러나, 잘 쓴 시가 곧 좋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 매력적인 시를 얻기 위해서는 ‘나’의 고유성을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려는 기대이기도 하지 않은가. 기대하고 있겠다.

 

고른 기량과 고유의 전개 방식을 가진 시는 ‘「중학교」 외’의 시들이었다. 차분하다. 불쑥 치고 들어오는 위트가 불편하지 않다. 특별한 문장 없이도 어느 순간 독자를 멈추게 만드는 호흡 역시 각별하다. 사유를 풀어놓는 정도도 적당해 따라가고 싶어진다는 점도 좋았다. 그럼에도 선뜻 당선작으로 고를 수 없었다.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들이 가진 가능성이 컸기에 더 멀리 볼 수 있게 해주길 바랐다. 지금이 아니어도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숙고 끝에 당선작으로 선정한 작품은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이다. ‘「축구를 사랑해서」 외 4편’의 시는 읽는 이를 시 속으로 잡아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자욱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 속 일원이 되어 낯선 거실 소파에 앉아 축구를 보거나 이국적인 이발소 대기석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처럼, 시가 다루는 시-공간은 일상 속 익숙한 것들이지만, 시 속에서 그것들은 어느새 생경해지고 특정할 수 없는 긴장에 사로잡혀 다음, 그다음을 따라가게 되고 만다. 우리는 이것이 시인이 가진 힘이자 무기이고, 근사한 시적 의도라고 생각했다. 간결한 문장으로 풀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일순 날카로워지는 시선 모두 좋지만, 이 시인의 탁월한 지점은 바로 여기, 감동이 아닌 감동이며, 새로움이 아닌 새로움이고 익숙함에서 끄집어낸 다름에 있다. 더러 긴장감이 풀어지는 시도 있지만, 그것마저 끌어안아 잘 마무리하는 실력이 발군이다. 이처럼 시어를 조탁해, 자신만의 색을 입히고 건넬 줄 아는 이에게 너머를 부탁하여 맡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디 균형을 잃지 않고 바깥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를 길러가면 좋겠다. 응원한다.

 

‘대산대학문학상’이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생의 한 지점을 결정하게 되는 필생의 기회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꺼이 축하를 전하고 또 마음 다해 서로를 격려하는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주지하지만, 투고한, 접수한, 이를 두고 읽은 우리는 이를 기회 삼아 가능성을 발아해보았고, 발화했으며, 기꺼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겠는가. 당선자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를 전한다.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만나 인사 나눌 수 있기를.

 

강성은, 박소란, 유희경

 

•소설 부문

3인의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쳐 「그림의 집」,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 「안녕한 남자」, 「심장에서 가장 먼 곳부터」, 「부나, 나」 외 아홉 작품을 본심 진출작으로 선별했다. 대학생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이니만큼 단점보다는 장점에 집중하고, 가능성과 참신성에 주안을 두어 작품을 검토하였다. 기성 작가의 영향을 받은 데서 나아가 이를 그대로 답습한 듯한 작품들은 논의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토론을 거쳐 최종 심사의 대상이 된 작품은 「그림의 집」, 「부나, 나」,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 세 편이었다.

 

「그림의 집」은 잘 만들어놓은 미로와 같은 소설이다. 동유럽의 호스텔이라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활용하여 말과 텍스트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를 적절히 형상화했다. ‘비밀의 방’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나무의 그림은 불완전하고 미숙한 우리의 존재 방식을 넘어서 생동하는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 변화무쌍한 시공간을 소설적 배경으로 무리 없이 녹여내어 환상과 현실의 양면을 볼 수 있게 한다. 신화의 모티프를 따온 듯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것도 장점이다. 다만 그 세계의 낯섦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과 꿈이라는 소재가 다소 진부하기도 하다. 작품 속 ‘나’의 고민이 개인의 내면으로만 회귀하는 것이 한계라는 의견도 있었다.

 

「부나, 나」는 심사 초반부터 논의가 뜨거웠던 작품이다. 도서관 사서인 ‘나’와 ‘부나’의 동성간 연애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눈에 띄는 장점과 좌시할 수 없는 단점을 나란히 가지고 있다. 긴 호흡의 만연체 문장이지만 때때로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서술과 대상을 날카롭게 직시하는 묘사가 적절하여 잘 읽히면서도 후에 남는 잔영이 짙다. 연애에 있어 뜨거운 만큼 낯설고, 매혹된 만큼 환멸을 느끼는 이중적 심리를 잘 드러냈다. 담담한 듯 깊은 울림을 주는 결말도 여운이 깊다. 다만 이 작품은 어떤 부분 스스로의 동력을 잃고 휘청거리는데, 가령 퀴어를 다루면서도 그 대상을 거칠게 소모하는 방식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버지와 빠다의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어서 작가의 의도를 분별할 수 없게 한다. 뜬금없는 도입부의 요설체도 집중력을 깨트리는 부분이라 재고를 권한다.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들」은 기발한 제목처럼 낯선 분위기를 가진 소설이다. 오래된 영혼을 가진 의젓한 아이와 선생님이라 칭해지는 미성숙한 어른들, 이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기묘한 조화가 흥미롭다. 물에 둘러싸인 금경포, 역사적 공간인 어소의 배경은 작품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속 소설에서는 클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길미의 집에는 박제된 새들이 있다. 금경포의 어소에는 실제 장소보다 더 유명해져서 이를 대체하는 지경이 된 프랑수아 아모리의 사진이 있다. 이처럼 이 소설은 끊임없이 무엇이 진실인가, 혹은 무엇이 진짜인가를 질문한다. 작가는 삶이 결국 복제본의 일면에 다름없다는 사실을 적절한 비유와 상징으로 드러낸다. 소설 속 무의미한 대화들은 표면을 스치고 지나갈 뿐, 어디에도 가 닿지 못하고 미끄러져 흩어진다. 남는 것은 빛나는 이미지와 말의 껍데기뿐이다.

 

「오래된 청소년 길미와 선생님들」은 심사위원들에게 몇 차례 재독을 요했던 작품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환상성이 현실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물 위에 어른거리는 인영 같은 작품의 특성이 자칫 현실을 제대로 볼 용기나 힘을 가지지 못한 탓은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독자들을 다시 끌어당기고, 질문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그 손에 잡히지 않는 모호함이 한편 새롭고 대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데 합의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며,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해 나가길 바란다.

 

전경린, 정한아, 천운영

 

•희곡 부문

희곡부문 응모작들의 소재는 다양했다. 소재는 다양했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거나 개성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응모작 56편 중 「안다 말내 드씀 니립」, 「섬」, 「릴리와 데이지」, 「비틀거리다가 캥거루를 쳤어」, 「주리」 5편이 본심대상이었다.

 

「안다 말내 드씀 니립」은 평범한 인간관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장기분실물을 폐기하기로 했다는 설정 하나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또, 진부하다 싶은 설정에 예상되는 결말을 갖고 있었다. 지금처럼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지니고 있다면, 앞으로 좋은 소재를 만났을 때 탄탄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은 미성년자 성매매를 일상 차원에서 다룬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2장에서 ‘은비’라는 새 인물이 투입되며 이야기에 변화가 가해지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개성 있는 전개에 비해 극중 인물들이 상투적이라는 점과 인물들의 대사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무대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는 등 무대 공연만의 문법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 반가웠는데, 앞으로 기존 연극의 어법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만의 감각과 상상력을 다듬어 나가주기를 기대한다.

 

「릴리와 데이지」는 한국이 아닌 듯한 배경이 나온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덤덤했다. 오히려 표현하는 방식이 덤덤했기 때문에 읽으면 읽을수록 인물들의 내면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마치 번역극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일부러 의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인위적인 양식을 통해 비범한 인간성, 연극성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솜씨는 분명 장점이었다.

 

결국 심사위원 두 명은 「비틀거리다가 캥거루를 쳤어」와 「주리」를 두고 최종 논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비틀거리다가 캥거루를 쳤어」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청년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단숨에 읽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소재와 대사도 흥미로웠다. 또, 이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는 상상을 해 보았다. 공간과 인물, 이미지와 소리까지 탄탄하게 고안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데, 만약 더 큰 무대적 상상력을 품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당찬 필치에 비해서는 드라마의 흔한 관습에 기대어 가는 듯한 면모도 느껴졌다. 하지만 이 작가가 이만한 대사와 지문을 쓰는 문장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숱한 시간을 습작해 왔을까? 그 열정에 따뜻하게 등을 두드려 주고 싶었다.

 

「주리」는 자의적인 전개를 펼치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게 묘한 매력으로 읽혔다. 왜 하필 작품의 제목이 ‘주리’일까? 죄인의 두 다리를 묶고 다리 사이에 두 개의 주릿대를 가하는 형벌이라는, 주리를 튼다는, 그때의 주리란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떤 형상이 손에 잡히는가 싶으면 다시 손아귀를 빠져나가게 하는 뻔뻔한 어법에 결국은 기분 좋게 웃게 되었다. 1장부터 4장까지의 구성력 또한 단단한 매우 개성 있는 작품이었다.

 

심사위원 두 명은 「주리」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이 작품이 가지는 개성에 손을 들어주기로. 당선자에게 마음을 다해 축하를 전한다. 응모해 주신 다른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희곡을 쓴다는 일은 참 고단한 일이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거기에 대한 반역의 칼을 벼려가며 정진해 주길 바란다. 

 

성기웅, 윤미현

 

•평론 부문

이번 대산대학문학상 평론부문 응모작들은 다양한 주제와 작품을 다루면서도 최근 문학현장의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여러 편의 글들이 페미니즘, 퀴어, 독자공동체에 대한 현재적 논의들을 기반으로 작품 논의를 펼친 점이 인상적이다. 상당수의 글들이 참신하고 의욕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신인의 고유한 비평적 시선을 드러낸 점은 의미가 있으나, 평자의 주장이 앞서느라 작품 읽기가 내실 있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아쉬웠다.

 

본심에서는 다섯 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첨단에 서지 않는 시, 새날의 냄새가-문태준 시의 타자성 읽기」는 차분한 문제제기와 안정된 구성방식으로 작품해석을 진행한 장점이 있지만, 대상 작가와 작품이 현재적으로 조명되어야 할 비평적 맥락에 대한 규명이 부족하였다.

「텍스트의 경계를 횡단하는 실패의 미학-박상영론」은 박상영 소설이 지닌 대중성과 정치성을 적극적으로 읽어내려는 의욕이 보인 글이다. 독자공동체와 수행적 독자라는 비평적인 문제의식을 도입부에서 강조하는 점이 흥미로웠으나 작품 분석이 정치하게 진행되지 못하였다.

「딸기밭에 묻은 항구의 사랑 꺼내기- 레즈비언 소설론」도 문제제기와 해석의 발상이 흥미롭게 다가온 글이다. 다만 폭넓게 거론되는 선행 논의들에 대한 필자의 입장과 평가가 명료하지 않은 점, 작품 역시 소재 중심으로 분석되는 측면이 아쉬웠다.

「불가능한 유토피아를 뛰어넘는 여성들-김초엽론」은 대상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필자의 신뢰와 지지를 기반으로 비평적 주장을 집중적으로 풀어간 장점이 있으나, 일부 작품 해석에서 대상 작품과의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상찬 위주의 평으로 기울어진 점이 아쉽다.

당선작으로 뽑은 「이제는 남겨진 당신의 얼굴을 마주할 때」는 유려하고 집중적인 작품해석, 차분한 논거 제시를 통해 읽는 이를 설득하는 힘이 돋보이는 글이다. 장르를 횡단하여 최은영의 소설과 안희연의 시에 나타난 타자성의 문제, ‘벽’과 ‘연대’가 교차하는 지점들을 섬세하게 해석한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분석 대상의 주제적 연계성을 강조하다보니 두 작가의 개성과 차이가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평가에서 공감과 애정으로만 기울지 않고, 한계와 아쉬운 지점을 예리하게 짚은 부분은 귀중한 비평적 덕목으로 여겨졌다.

진심으로 당선을 축하드리며, 작품을 응모하신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드린다.

 

백지연, 한기욱

 

•동화 부문

대학생들의 작품에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는 기성 작가들과는 다른 그들 나름의 감수성과 시각으로 아동의 삶과 이야기에 접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응모된 60편의 작품들이 저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다. 다만 응모자들 간의 작품 색이 마치 한 사람의 것인 양 비슷하다거나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전형적이라는 점 등은 아동문학을 바라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 중 「엠엔엠즈 실종사건」은 흥미로운 캐릭터에 비해 추리물이 지니는 특징, 일테면 단서가 하나씩 밝혀지며 독자들이 함께 사건을 유추해나가는 긴장감이 부족했고 쌍둥이 형제의 갈등을 소재로만 다룬 점도 지적되었다.

 

「옥상 공원」의 경우 호기심으로 발견한 장소가 주인공에게 내밀하게 머물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고 아픔을 거쳐 성장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특별한 사건이 없는 지문 위주의 소설적인 전개 방식은 다소 지루했다.

 

「아직 못 울었거든요」는 심리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가슴이 쿵쿵 울리는 걸 느끼며 엄마를 떠올리는 장면은 뭉클하게 느껴졌다. 다만 엄마를 잃은 감정을 ‘울음’이라는 행위에 국한시킨 점이 아쉬웠다. 울기 위해 양파를 까는 설정은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반감시켰고 결말에 갑자기 등장한 과일 장사 아주머니로부터 깨달음을 얻는 모습은 감동적인 장면임에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은 「최장순 할머니 찾아요!」와 「날아올라 피구공」이었다.

우선 「날아올라 피구공」은 문장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살아 있었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도 톡톡 튀는 장점이 있었지만, 비슷한 의미로 반복되는 대사들이 한 문장도 허투루 할 수 없는 단편의 묘미를 살리지는 못했다. 남자가 앞에 서야 한다는 짝피구의 규칙을 초반과 다르게 그대로 따르는 안리듬이나 다음에는 잘하는 사람이 앞에 서자고 하는 이진명의 태도를 변화라고 보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며 아무리 더 큰 주제가 있더라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최장순 할머니 찾아요!」는 애착 물건인 ‘최장순 할머니 칠순 잔치’ 수건을 얻기 위해 주인공 미소가 누군지도 모르는 최장순 할머니를 찾아가는 과정이 밝고 재미있게 전개되었다. 결말에서 칠 년 뒤에 있을 최장순 할머니의 팔순 잔치 초대에 응하는 미소가 수년 뒤 어떤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성장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점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구성 방식이 새롭지 않다는 데에 한동안 논의가 이어졌는데, 함께 응모한 「비밀 없는 친구」에서 ‘바토국’을 둘러싼 설정에 허술한 면이 있으나 더 이상 비밀이 없는 게 비밀이라는 흥미로운 발상과 새로운 배경을 구축하려 했다는 시도가 「최장순 할머니 찾아요!」에서의 부족함을 보완했다고 보았고, 작은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도 있게 끌고 나간 점에서도 심사위원 간에 이견이 없어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는 더욱 정진하기를, 아쉽게 탈락한 응모자들도 우리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김해등, 이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