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은 2024년도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지원 대상작 16건을 선정하였습니다. 어권별 지원작과 심사 의견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원대상 및 작품
부문 |
어권 |
지원대상자 |
장르 |
번역작품 |
번역 |
영어 (3건) |
이평화 |
소설 |
제주도우다(현기영 作) |
허정범 |
시 |
그 여름의 끝(이성복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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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
시 |
나랑 하고 시픈게 머에여? (최재원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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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 (3건) |
임영희, 카트린 비로 |
소설 |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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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메르 기욤, 듀발 아르노 |
소설 |
천변풍경(박태원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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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
시 |
낫이라는 칼(김기택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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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2건) |
이기향 |
소설 |
한밤의 시간표(정보라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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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디륵스 |
소설 |
귤의 맛(조남주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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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 인어 (3건) |
윤선미 |
소설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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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나, 마이타네 도니스 푸엔테스 |
소설 |
브로콜리 펀치(이유리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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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선 |
소설 |
구의 증명(최진영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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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1건) |
도다 이쿠코 |
시 |
장석 시선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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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3건) |
장위 |
시 |
낫이라는 칼(김기택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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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홍금 |
소설 |
제주도우다(현기영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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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
소설 |
한밤의 시간표(정보라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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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
일본어 (1건) |
요시카와 나기 |
연구 |
한하운 평전 |
[국문학]
2024년도의 번역 지원 심사 대상은 영어권 17건, 불어권 8건, 독어권 3건, 스페인어권 7건, 일본어권 4건, 중국어권 15건, 베트남어권을 비롯한 기타어권 15건 등으로 총 69건이었다. 연구 지원 심사 대상은 일본어권 2건을 포함해 총 6건이었다. 심사 규정에 따르면 ‘국문학’ 부문 심사자는 번역 지원의 경우, 번역 대상 한국어 원작의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지원서를 평가하도록 되어 있고, 연구 지원의 경우, 연구의 의의와 연구 수행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번역 지원의 경우, 다음 두 원칙에 따라 심사에 임했다. 첫째, 재단 측에서 정한 바대로 3개 등급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둘째, 가급적 한국문학계 일반적인 평가에 따른다. 다만, 번역 대상 문학작품이 한국어 내에서 가지는 가치와 번역된 작품으로서, 이른바 ‘도착 언어’ 내에서 가지는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어권별 심사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작품 평가는 자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원 불가 판정을 내린 지원서는 총 4건에 불과했다.
69개의 지원서를 살펴본 결과, 번역출판 대상으로 선택된 한국문학작품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대산문학상 수상작 번역에 지원이 몰리는 경향이 중국어권, 영어권 순으로 두드러졌다. 연구 지원의 경우에는 지원자가 종전과 비슷하게 적었던 데다가 제안된 연구가 해외 한국학 수준에 비추어 대체로 높지 않았다. 한국문학에 조예 깊은 번역자와 연구자가 보다 많이 출현하기 바란다는 소회를 덧붙이며 심사평을 마친다.
황종연(동국대 교수)
[영어]
올해 영어권 번역 지원작은 시 부문 응모가 수적으로 두드러졌을 뿐 아니라 한영 시 번역의 난제들을 적극적으로 마주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번역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확인시켜주었다. 이 중 세 편의 지원작이 각기 다른 지점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어 최종 선정되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은 원작의 시적 보이스를 영어로 유려하게 구현해내는 과정에서 국문시의 구조와 통사적 특성을 영어로 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를 보여주었으며, 최재원의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는 신진 시인의 개성적 언어 실험을 신진 번역가의 패기로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시도가 시인의 당대적이고 탈중심주의적 시세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전개되어 인상적이었다.
소설 부문에서는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현기영의 『제주도우다』 한 편을 최종 선정하였는데 이 지원작의 성취는 원작의 밀도 높은 서사를 탄탄한 문장력으로 성실하게 옮긴 점과 함께 다수의 화자의 다양한 보이스를 영어로 다채롭게 반영한 점이다. 원작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한 번역자의 소명 의식이 방대한 작품의 번역을 완성해내는 데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하연(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 바네사 림(서울대 교수)
불어권 응모작은 총 8편으로 소설이 반 이상을 차지했고, 뛰어난 번역들끼리 접전을 벌였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작)은 유려하면서도 정확한 번역으로 원작의 속도감 있는 흥미진진한 전개와 재치 있는 문체를 잘 살려냈습니다. 도시 서민들의 고달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내용으로 이미 국내에서 밀리언 셀러가 된 한국판 힐링 소설이 프랑스 독자들에게도 재미있게 잘 읽히면서, 현대 한국 문화의 한 면모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천변풍경』(박태원 작)은 삽화처럼 펼쳐지는 1930년대 청계천 주변 삶의 장면들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옮겼습니다. 외국 독자들에게 낯선 시공간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은 원작을 프랑스어로 친근감 있게, 동시에 이국적인 매력을 가미해서 매끄럽게 번역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청계천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서문, 한국 전통 문화에 속하는 용어들을 설명하는 주석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우 적절하다고 사료됩니다. 다만, 번역의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몇 곳 있었으니 세심한 검토를 통해 바로잡기 바랍니다.
『낫이라는 칼』(김기택 작)은 2023년 대산문학상 수상에 힘입어 두 건의 응모가 있었고, 이번 응모작 중 유일한 시집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한국시를 외국어로 옮기는 어려움을 감안했을 때 지원자들의 고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번역입니다. 원작의 직설적이고 덤덤한 시상을 잘 담아냈고, 그러면서도 시적인 운율과 함축도 표현되었습니다. 때로 시적인 표현 방식을 위해 너무 과감한 생략, 어순의 변화가 있어서 시를 다소 난해하게 만들기도 하였으니 조금만 주의하면 모처럼 아주 좋은 시 번역이 될 것입니다.
원문을 정확하게 반영하면서도 문체를 간결하고 탄탄하게 유지한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또한 텍스트의 흐름에 유의하며 적절한 어휘를 찾으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출판사가 확정된 점도 긍정적이다. 오역이 거의 없다. 다만, 연작소설 중 다른 단편에서 나오는 인물인 ‘부소장’을 남성으로 번역한 점은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순간적 실수라 생각되며, 본격적 번역작업에서는 수정되리라 믿는다.
한국의 교육제도 체계, 빈부 차이, 사춘기 소녀들의 우정과 갈등 등을 잘 이해하고 번역했으며, 원문에 충실하다. 어휘의 적절성, 변화 등에 유의한 것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좋은 번역이다. 출판사가 확정된 점도 긍정적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간혹 문법적 생략을 하거나 간결한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작품 전반적으로서사의 긴장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스페인어권에서는 번역지원 7편과 연구지원이 1편이 신청되었다. 이 중 연구지원은 연구계획의 완성도와 신청자의 사업 수행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제외되었다. 한편 7편의 번역지원 신청 작품의 질은 평년에 비해 매우 높아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특히 젊은 번역자들의 번역 능력이 매우 뛰어나 새로운 번역가 세대의 출현을 예고하는 듯했다. 번역지원 심사는 제출한 번역 원고의 질과 신청자의 사업 수행 능력, 그리고 출판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심사 결과 3편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우선 단편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이유리 작)는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초자연이 서로 경계를 침범하고 현실과 환상이 하나가 되는 특징을 보여주면서, 라틴아메리카 현대 소설과 많은 공통점을 지닌 작품이다. 어휘 사용과 문장 구성 차원에서 전혀 흠잡을 데 없는 번역이며, 원작의 문학성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번역자의 번역 경력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훌륭한 스페인어권 번역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작)는 ‘눈’을 통해 역사적 과거를 살아 있는 인물의 목소리로 재현하는 작품이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작중인물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소설과 같은 흐름을 형성한다. 번역의 질, 지명도 높은 출판사에서 출판이 확정되었다는 점, 신청자의 역량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구의 증명』(최진영 작)은 사랑하는 연인이 죽음 이후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죽음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문장과 감성적이며 애절한 감수성을 세련되고 탁월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번역자는 감성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체로 원문의 감성을 흡수하여 전달하고 있다. 어휘와 문장 구성도 적절하고, 한국문화와 관련된 것들도 외국 독자들이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수용하도록 번역한 것도 눈에 띈다.
송병선(울산대 교수)·클라우디아 마시아스(서울대 교수)
번역출판지원 4건, 연구출판지원 2건이 심사대상이었다. 번역출판의 경우 소설번역은 단 1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시집번역이었다. 일본의 문학시장에서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임을 고려할 때 소설번역출판이 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구출판지원 신청작 2건은 각기 의욕 넘치는 연구계획을 제출하였지만, 출판가능성, 현지에서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여 『한하운 평전』을 지원작으로 선정했다.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기저로 유사한 역사적,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는 일본의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저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번역출판지원 신청작 4건 중에서 출판가능성, 번역자의 기존업적, 가독성의 측면에서 『장석 시선집』이 가장 돋보였다. 되도록 평이한 번역어를 지향하면서도 원작의 격조를 유지하는 균형감각이 훌륭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홀연히 재등장한 이 ‘특별하고 중요한’ 시인의 40년만의 육성에 주목한 문학적 안목도 높게 평가한다.
이번에 중국어권 번역 연구 출판지원에 응모한 작품 중 번역지원은 15건, 연구지원은 1건으로 모두 16건이 접수되었습니다. 번역지원 작품은 시 9편, 소설 5편, 희곡 1편이며, 이 중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저작권자 동의서를 받은 작품 중 현기영 소설 『제주도우다』에는 3명이 지원하였고, 김기택 시집 『낫이라는 칼』에는 5명이 지원했으며, 이양구 희곡집 「당선자 없음」에는 1명이 지원하였습니다, 그 밖에 작품으로는 최수철 소설 『독의 꽃』, 정보라 소설 『한밤의 시간표』, 나희덕 시집 『가능주의자』, 김춘수 시집 『꽃인 듯 눈물인 듯』, 김언 시집 『백지에게』, 임화 시집 『현해탄』 등이 있었습니다. 연구지원 1건은 「강경애 소설에 나타난 죽음 연구」이었습니다. 중국어권 지원건수는 전체 외국어 중 두 번째로 많은데 첫 번째인 영어권보다 1건 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중국어권 출판지원에서 기존과 다른 점은 첫째, 시 부문 지원이 가장 많았다는 점, 둘째 중국어 번체 번역 지원이 많았던 점입니다. 김기택 시집, 현기영 소설에 다수가 지원하였는데 선정기준에 같은 작품 중에서는 1명만 선발하게 되어 있어 심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중국어권 출판지원 심사에서는 간체, 번체 여부에 차등을 두지 않고 오직 번역의 품질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출판가능성 여부도 평가의 대상이었지만 이번에 중국어권 출판지원 응모작품은 모두 출판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평가의 변별점이 되지 못했습니다.
두 심사위원의 점수를 확인한 결과 거의 일치하였기에 이를 종합하여 다수가 지원한 대산문학상 수상작 중 1편씩을 선발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아울러 대산문학상 수상작 외에 소설 한 편을 더 선정하여 총 3편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어권 출판지원 응모작품의 심사는 원어민 심사위원과 내국인 심사위원이 참여하였습니다. 원어민 심사위원은 작품 번역의 유창성과 가독성에 중점을 두어 심사하였고, 내국인 심사위원은 원문과 대조하여 번역의 충실성과 작품의 표현 수준 그리고 가독성도 아울러 심사하였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3편의 작품은 번역의 충실성과 가독성에 있어 훌륭한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문화의 내밀하고 섬세한 면까지 잘 표현된 훌륭한 번역작품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데 최종적으로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할 때까지 초심을 지켜 완성시킬 것으로 믿습니다.
끝으로, 선정된 작품외의 번역자에게는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언어권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중국어권의 번역자 수와 번역수준이 해가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지원 인원도 적고 번역수준도 차이가 있어서 선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류가 많은 응모 작품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오류를 발견하기 쉽지 않으며 그보다 누가 더 표현력이 뛰어난지, 한국의 문화적인 면을 제대로 나타냈는지 여부가 선별 기준이 되어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정되지 않은 작품의 번역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선정된 작품에 비해 조금 아쉬웠다는 것 뿐입니다. 현재처럼 번역에 진정한 뜻을 두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중국어권 출판지원에 수준 있는 번역작품이 많이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지원하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번역작품을 많이 지원한 중국어권 출판지원 응모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