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대산문화》 여름호 (통권 96호)
▶ 기획특집 : 윤동주의 시를 소설로 담다 <시, 소설로 담다> / 문지혁 성석제 손원평 이서수 이유리 이주혜
▶ 특별대담 : 김혜순 · 다와다 요코 대담 - 두 언어 사이, 그 새의 기억과 기록 / 김나영
▶ 대산초대석 : 시인 송재학 선생과의 만남- 아침을 여는 항아리는 천 개의 색을 모으는 중이다 / 신용목
▶ 인문에세이 : 존재론적 달걀과 기술의 문제 / 이정우
▶ 가상인터뷰 : 다시 만난 장국영과의 가슴 먹먹한 인터뷰-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는 그 이름, 장국영 / 오유정
▶ 창작의 샘 : 시,마윤지 이재무 정재학 / 단편소설,이선진 황모과 /동화,노경희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문학 전반에 걸친 읽을거리를 제 공하고 있는 문학교양지 《대산문화》 2025년 여름호(통권 96호)를 발간하였다.
- 기획특집 : 시, 소설로 담다
이번 여름 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특집 <시, 소설로 담다>는 시가 지닌 울림과 상징을 이야기 형식으로 확 장해,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기획 코너이다. 첫 번째로 조명하는 작가는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시대의 아침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1917~1945)로 문지혁, 성석제, 손원평, 이서수, 이유리, 이주혜 등 여섯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윤동주의 시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또 다른 고향」, 「흐르는 거리」, 「아우의 인상화」, 「간판 없는 거리」를 소설로 재해석했다.
○ 우물과 나 _ 문지혁 작가는 「자화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펼친다. 유색인 학생이 단 두 명뿐인 대학원 수업에서 윤동주의 자화상을 소환하며, 길을 잃은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과, 젊은 시절 내가 누구인지 몰라 괴로우면서도 행복했던 윤동주를 떠올린다.
○ 쉽게 쓰인 소설 _ 성석제 작가는 신형 SUV와 오래된 트럭의 가벼운 접촉사고를 통해, 「쉽게 쓰여진 시」의 화자가 느꼈던 부끄러움을 소설로 풀어낸다. SUV 주인공은 소중히 여기던 차에 흠집이 생기자 트럭 운전자에게 화를 내지만, 쉽지 않은 인생의 상처를 지닌 트럭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 또 다른 고향 _ 손원평 작가는 「또 다른 고향」에서 백골이 따라와 화자와 한 방에 누워 함께 우는 그리운 장면을 인적이 끊긴 구석진 가게에서 재현했다. 오랜만에 동생에게서 연락을 받고, 주인공은 함께 운영하던 가게로 향한다. 약한 것들을 사랑으로 감싸던 동생을 떠올리며, 가게에서 함께 키우던 진돗개와 마주한다. 진돗개의 안내로 가게 구석에 다다른 순간, 주인공은 동생의 부름에 응답하며 앞으로 떠나지 않아도 좋을 '또 다른 고향‘에 도착한다.
○ 밤의 거리 _ 이서수 작가는 「흐르는 거리」를 모티브로, 대학 동창 박경수의 부고를 접한 친구들이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창들은 안개 낀 밤거리를 걸으며,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지만, 부끄러움을 잊지 않으려 했던, 어딘가 윤동주를 닮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겼던 경수를 함께 추억한다.
○ 나의 AU에게 _ 이유리 작가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긴 부부가 '진통제 로봇' AU(아우, Analgesic Utility)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AU는 환자의 기억과 상황에 맞춰 맞춤 설계된 로봇으로, 부부는 열 살 남자아이로 설정된 AU를 처방받아 집에 들인다. 어느 날, AU는 윤동주의 시 「아우의 인상화」 속 윤동주의 아우처럼 해맑은 얼굴로 사람이 될게"라고 말하며 아이를 잃은 부모를 위로한다. 로봇의 입을 통해 변주된 아우의 순수한 대답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사람'의 의미를 되묻는다.
○ 간판 없는 중국집 _ 이주혜 작가는 '간판 없는 중국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간판 없 는 거리」의 의미를 새롭게 그린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출신과 언어를 지닌 이들이 눈 내 리는 날, 각자의 언어로 같은 풍경을 맞이한다. 손목을 잡으면 윤동주의 시 「간판 없는 거리」처럼 모두
"어진 사람들“ 임을 느끼는 순간을 '간판 없는 중국집' 앞 공터에서 그려냈다.
- 특별대담 : 김혜순 · 다와다 요코 대담 ’두 언어 사이, 그 새의 기억과 기록‘
언어와 언어 사이를 항해하는 글쓰기를 수행해 온 다와다 요코를 한국의 독자층에 소개하기 위해 대산문화재단은 세계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하여,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교보인문학석강 및 다양한 부대행사를 진행하였다. 낭독회,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고 있던 다와다 요코가 김혜순 시인과 만나 지난 5월 22일 오전 중 대담을 가졌다. 사회는 김혜순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시평을 하고 있는 김나영 평론가가 맡았다.
특별대담에서 김혜순과 다와다 요코는 여성 작가로서, 그리고 언어와 도시, 몸과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는 작가로서 공통점과 차별점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 모두 최근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적으로 여성 독자와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현상을 문화적·사회적 변화와 연결 지으며, 여성의 목소리와 몸, 그리고 수행적 글쓰기를 통해 기존 문학의 경계를 확장한다. 김혜순 시인은 여성의 몸과 젠더가 사회적 규범에 의해 ‘이중 구속’될 수밖에 없지만, 시를 통해 그 경계를 거부하고 ‘여자짐승’으로서의 수행적 존재가 되고자 한다. 반면, 다와다 요코는 여성이라는 젠더 정체성이 고정된 명명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기억이 결합된 유동적 개념임을 강조하며, 과거 문단에서 여성 문학과 남성 문학을 구분하던 차별적 시각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던졌다. 또한, 젠더 아이덴티티에 따라 창작 과정이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창작물이 구별이 될 수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한다.
두 작가는 사회 구조와 체제에 대한 분노, 도시라는 공간의 텍스트성, 번역과 언어의 경계, 디지털 시대의 문학과 비인간적 존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김혜순에게 도시는, 특히 서울은 익명성과 망각, 다양한 존재가 교차하는 상상과 재현의 공간이라면, 다와다 요코에게 대도시는 경계와 변신, 역사와 망각이 공존하는 무대이다. 번역과 관련하여 엑소포니 작가 다와다 요코는 번역이 단순히 원본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원본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창조적 가능성임을 강조한다. 김혜순 역시 자신의 시를 번역한 번역자들이 번역 과정을 거치며 시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경이로움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번역자들이 자신의 시를 옮기면서 ‘시의 나라’에 발을 들이고, 각자만의 ‘시 공화국’을 세워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어에 대해 시인만이 지닐 수 있는 예민하고 집요한 감각이 과연 번역을 통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토로한다.
이 외에도 두 작가는 시와 소설이 함축과 여백,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예술임을 강조하며, 현대 사회가 점점 더 명확한 해석과 요약을 요구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동물적 타자성에 대한 관심 역시 이들의 작품에 깊이 스며 있음을 두 작가의 끊이지 않는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대산초대석 : 송재학 선생과의 만남 ‘아침을 여는 항아리는 천 개의 색을 모으는 중이다’ 시력 40년에 다다른 송재학 시인을 신용목 시인이 송재학 시인의 작업실 ‘내간채’에서 만났다. “검은빛은 죽음이 아니라 환한 세계”라고 말하는 송재학은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지는 시의 본질을 파고드는 시인이다. 이번 초대석에는 시의 기원과 언어, 그리고 시가 만들어 내는 울림의 공간과 세계의 구조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송재학 시인의 열정적인 시선과 바리스타 설비가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는 그의 작업실 전경이 함께 실렸다.
- 인문에세이 : 존재론적 달걀과 기술의 문제
소운서원 원장 이정우 철학자는 서구 중심의 철학을 넘어 비서구 철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기술에 대한 새로운 존재론적 해석을 제안한다. 그는 근대 이후 주체성의 문제가 생물학적 실체를 넘어 인간의 행위와 기술의 의미로 확장되었다고 진단한다. 이에 기술 발전이 자본과 권력에 포획될 때 발생하는 과잉 기술의 문제를 지적하며, 생명의 본질적 요구와 사회적 숙의를 통한 균형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가상인터뷰 :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무는 그 이름, 장국영 - 장국영과의 가슴 먹먹한 인터뷰
『아무튼, 장국영』의 저자 오영아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홍콩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가수 장국영과의 가상인터뷰를 실었다. 홍콩 영화 전성기의 대표 배우이인 장국영은 그가 떠난 지 22년지 지난 지금도 굵직한 콘서트나 영화제, 전시회를 통해 기억되고 있다. 홍콩 영화 마니아이기도 한 오유정 교수가 장국영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와 예술가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감독과 가수 등 그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 그 외에 ▲노트 위 패스포트 김태성 번역가의 대만 제류기를 담은 타이완, 귀신들과의 동거, ▲나의 데뷔작 장류진 소설가의 미세하고 미묘한 일의 기쁨 ▲인생식탁 박준 시인의우리가 가까이 마주 앉은 자리에는, ▲문화유산발굴기 곽재식 교수의 전남 영암에서 본 거대한 바다 신 ▲우리 문학의 순간들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의 파리에 있지 않아도 가능한 일 ▲창작의 샘 마윤지 이재무 정재학의 시 각 2편, 이선진 황모과의 단편소설 각 1편, 노경희의 동화 등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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