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총 13명)
■ 고등부
금상 : 신로아 (경기 고양예고 3)
은상 : 성소윤 (서울 하나고 3), 왕가현 (제주 남주고 3), 최민서 (경기 고양예고 3)
동상 : 김은별 (서울 혜원여고 3), 박시모 (충북 청석고 2), 서혜승 (경기 안양예고 2),
신이서 (경기 고양예고 3), 오태환 (인천 학익고 3), 이시우 (비재학생)
■ 중등부
금상 : 이채은 (충북 한국교원대부설미호중 2)
은상 : 정예지 (경기 삼평중 2)
동상 : 김설연 (경기 석천중 3)
<소설 부문> (총 12명)
■ 고등부
금상 : 황지우(경기 구리여고 3)
은상 : 이채민(부산 덕문여고 2), 조승우(서울 대광고 3), 최아인(경기 고양예고 3)
동상 : 고예원(서울 서울여고 3), 김민경(경기 감일고 3), 김소이(서울 덕원여고 3),
남은비(강원 춘천여고 3), 배예빈(경기 고양예고 2)
■ 중등부
금상 : 배윤희(세종 두루중 3)
은상 : 류선율(경기 솔뫼중 2)
동상 : 김희원(경기 병점중 1)
■ 심사위원
- 시 부문 : 박형준(시인, 동국대 교수), 유진목(시인), 정한아(시인, 한신대 교수)
- 소설 부문 : 김병운(소설가), 임솔아(소설가), 조경란(소설가), 해이수(소설가, 단국대 교수)
■ 시 부문 심사평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대산청소년문학상 시 부문은 중등부 90명, 고등부 372명이 응모하여 1개월 동안의 심사과정을 거친 뒤, 예심 통과자들과 2박 3일간 문예캠프를 진행하고 백일장을 개최하여 본심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중등부 시 부문에 금상 이채은을 비롯한 3명, 고등부 금상 신로아를 비롯한 10명을 선정, 시상하게 되었습니다. 백일장 작품에 대한 3인의 심사위원 각각의 점수를 합산하여 선발하였으며, 예심 작품들의 완성도 역시 참고하였습니다. 예심에서는 연습된 기교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들을 선정하였으며, 본심에서는 주어진 주제와의 밀착성, 독창성, 상상력과 표현력을 중심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나와 나의 ( )’이라는 제목으로 팬데믹 하루 전날을 배경으로 하여 시를 쓰라”는 백일장 시제를 선정했을 때 심사위원들은 이 주제를 통하여 ‘나’와 ‘내 안의, 또는 바깥의’ (그것이 사물이건 사람이건 개념이건 자기 자신의 일부이건) 타자와의 관계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팬데믹 하루 전’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단순하든 복잡하든 이 관계가 얼마나 밀도 있게 드러날 수 있을지 기대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근과거에 팬데믹에 대한 공통의 경험이 있으니까요. 주제에 밀접하게 쓰인 시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더러는 소재주의적으로 단편적으로 접근한 경우들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언어와 문채(文彩),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러분들의 열의와 정성은 앞으로 펼쳐져 있는 새로운 많은 경험들을 통해 충분히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중등부 금상 수상작인 이채은 학생의 「나와 나의 여름 건강검진」은 4연 13행의 길지 않은 시 안에 시제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표현을 입은 수작입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은 만장일치로 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간결한 시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예심 응모작인 「왜가리처럼」에 쓴 것처럼 남들과 다른 빛깔을 지니고도 “와아악 와아악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왜가리처럼”, “눈에 콕 띄는 글을 쓰는 어른”,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오래오래 사는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고등부 금상 수상작인 신로아 학생의 「나와 나의 명사들」은 1200자 원고지 두 장을 꽉꽉 채운 긴 호흡의 시입니다. 노을이 스며드는 음악실 복도에서 시작하여 ‘나와 나의 친구들’이라는 잠정적인 우애의 공동체가 함께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의문, 그리고 이 의문들이 상승하여 신에게까지 닿는 존재론적인 질문과 현재의 불안은 근과거와 근미래를 아슬아슬하게 결합하고 있는 지금-여기가 ‘팬데믹 하루 전’이라는 조건과 함께 고려될 때, 기묘하게도 황홀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짙은 현재성을 띠고 다가옵니다. 예심 응모작들에서도 집요하게 쫓고 있었던 계율과 위반의 문제의식은 세계와 주체적 의식의 첨예한 대립을 전면에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펼쳐갈 독자적이고 고유한 시 세계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게 만듭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일일이 거론하지 않았으나 은상과 동상 수상작들 역시 고유하고 개성적인 자기 사유와 정서를 자기 정신과 신체의 리듬과 함께 자연스럽고도 치열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풍성하여 심사하는 이로서 즐겁고도 기쁜 마음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한 작품들에서도 푸릇한 싹들이 튼튼하게 움트고 있는 것을 미쁜 마음으로 목격하였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모쪼록 함께 고독을 감내하는 읽고 쓰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는 동료로서 같은 시간 안에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발견했기를 바랍니다.
심사위원으로서 2박 3일을 여러분과 여정을 함께 하며 마주쳤던 반짝이는 눈빛과,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과, 그 모든 것을 헤쳐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러분의 에너지를 기억합니다.
거침없이 자기 세계를 밀고 나가시기를.
여러분이 한국문학의 미래입니다.
심사위원 박형준 유진목 정한아
■ 소설 부문 심사평
제32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450명(중등 97, 고등 353)이 응모했다. 200자 원고지 60장 내외 분량의 단편을 4인의 심사위원이 1개월가량 검토하면서 개별점수와 평가를 제출하고 재단에서 이를 집계했다. 그리고 재단 직원과 심사위원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거의 종일을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여 본선 백일장에 진출할 39명(중등 9, 고등 30)을 선발했다.
7월의 마지막 주, 태조산 계성원(啓成院)에서 열린 2박 3일간의 문예캠프 입소 첫날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본선 시제 선정을 위해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첫째, 이전 31회까지의 시제를 분석하고 이를 뛰어넘을 것. 둘째, 학생 본연의 실력 측정을 위해 예상 가능 범위에서 되도록 벗어날 것. 셋째, 낯설고 이질적인 요소의 충돌과 조합을 통해 새로운 효과와 의미를 찾아내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의 속성을 활용할 것 등이다.
결론적으로 백일장 시제는 ‘불꽃놀이+가위+캥거루’가 모두 들어가는 것으로 하되, ‘단순한 꿈이나 상상 설정’을 피하고 ‘캥거루 인형은 출연 금지’시키는 조건으로 3천 자 내외의 분량이 주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애써 허들과 미로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애물들을 사뿐하고 멋지게 뛰어넘은 글들은 아래와 같다.
중등부 수상은 결과적으로 97명 중에서 3명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될성부른 나무’ 정도의 관습적 표현으로 묶어버리기에 이들의 관점과 실력은 기대 이상 뛰어났다. 동상을 수상한 김희원(병점중1)의 「캥거루의 도시 나들이」는 갇힌 세계 너머의 미지의 장소에 호기심을 갖는 어린 캥거루의 여정이 흥미로웠는데, 예심작 「세 번의 죽음」에서 보여준 서정적 상상력을 이번에도 발휘했다. 은상 수상자 류선율(솔뫼중2)의 「싹뚝!」은 군더더기 없이 에피소드를 구조화하는 능력이 감탄스러웠다. 예심작 「피어테러」에서 조성하는 긴장감과 가독성을 보면 장래가 촉망된다.
금상 수상작인 배윤희(두루중3)의 「가위 반납 여정」은 심사위원 전원의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동의의 거수를 받아냈다. 사춘기 시절 동급생 간의 우정과 이를 확인하려는 심리적 장치의 배치와 활용이 긴밀하고 자연스럽다. 예심작인 「53 95 16 8 R R 39」에서 보여준 발랄함과 명석함이 이번 본선에서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앞으로 성장할 서사의 세계가 매우 기대가 된다.
고등부 백일장의 심사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긴박하고 뜨거웠다. 우선 동상을 수상한 고예원(서울여고3), 김민경(감일고3), 김소이(덕원여고3), 남은비(춘천여고3), 배예빈(고양예고2) 학생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들이 펼쳐낸 다양한 실험의식과 삶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은 내일의 한국문학의 컬러풀한 스펙트럼을 예감케 한다. 십 대의 나이에 독서와 창작을 나름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즐기는 모습이 대견할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간다.
다음으로 은상을 수상한 이채민(덕문여고2), 조승우(대광고3), 최아인(고양예고3)이 보여준 재능과 필력에 찬사를 보낸다. 가령 이채민의 예심작 「용 고기는 안 먹어요」가 제시한 활달한 상상력, 조승우의 예심작 「고속도로」가 보여준 눈물겨운 핍진성, 최아인(고양예고3)의 예심작 「오로라는 들어라」가 그려낸 대중적 흥미진진함이 본선 백일장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보석을 발견하듯 우리는 이들의 글을 찾아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장차 집필할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고등부 최고의 영예인 금상을 수상한 황지우(구리여고3)의 「한겨울, Firework」는 심사위원 4인이 머리를 맞대고 까다롭게 만든 시제를 가볍게 뛰어넘는 실력이 출중했다. ‘축제를 통한 회복’ 혹은 ‘회복을 기원하는 축제’를 통해 숨고만 싶은 자아의 주머니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선을 염원하는 작의(作意)가 돋보였다. 예심작 「무경 고스트 캐슬 타운」에서 재개발되는 무덤산 지역에 출몰하는 고스트의 향연을 보여준 메시지 전달 능력이 이번 본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수상자의 앞길에도 칼날 같은 부정과 꽃잎 같은 긍정이 순환되며 눈앞이 열리는 불꽃 만다라가 활짝 피어나길 기원한다.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작가란 다름 아닌 ‘언제라도, 몇 번이라도, 누가 뭐래도’ 작품을 쓰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는 부류이다. 무엇보다,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를 기꺼이 살아가는 사람이다. 응모자들이 예심작을 준비하며 흘린 땀의 시간, 본선 장소에 닿기까지의 무더운 여로, 2박 3일 캠프에서 만난 사람과 체험 프로그램 등은 다시 새로운 길찾기를 위한 과정에 해당할 것이다. 캠프를 마치고 태조산 계성원(啓成院)을 빠져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입소할 때보다 키가 한 뼘쯤 자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사위원 김병운 임솔아 조경란 해이수